전출처 : balmas님의 "[코멘트]정치적 주체화란 무엇인가? 푸코, 랑시에르, 발리바르"

첫번째 질문에 관해서는 ˝바깥˝이라는 통념의 애매성을 먼저 지적해야 할 듯합니다. 기존 체계의 ˝바깥˝이라고 할 때, 그 바깥은 공간적 바깥이나 제도적 바깥 또는 논리적 바깥, 메커니즘의 바깥 같이 여러 가지 의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때의 ˝바깥˝은 ˝안˝이라는 것과 이항 대립적인 배타성으로 규정될 수 있는 바깥도 아닐 것입니다. 따라서 주체화 양식이 예속화 양식의 ˝바깥˝이라고 할 때는 기존에 작동하고 있는 예속화 양식의 공간적이거나 제도적 바깥이라는 점을 반드시 함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속화 양식의 제도적인 실현태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떤 예속적 효과를 발휘하는지 구체적인 분석이 이루어진다면, 안과 밖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을 조금 더 분명히 규정하는 게 가능하겠죠.

두번째 질문의 경우, 아마도 새로운 주체화 양식 자체도 이미 어떤 규범적 틀이나 규칙 같은 것을 지니고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인 듯합니다. 그것은 그렇다고 답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규범, 규범적인 것, 규범 체계 자체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제는 아니겠죠. 푸코는 어떤 경우에는 법칙이나 코드로 형태화된 규범 체계(도덕법)에서 벗어나는 것을 주체화 양식의 핵심으로 이해하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하고, 가톨릭의 고해성사에 기반을 둔 근대적 형태의 고백의 기술(정신분석을 포함하는)에 입각한 예속적 주체화 양식에서 탈피하는 것에 초점을 두기도 합니다. 사실 푸코가 고대 그리스의 윤리적 주체화 양식으로 거슬러 올라간 것은 이러한 근대적 주체화 양식의 한계를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과 다른 식의 주체화 양식을 모색해볼 필요성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주체화 양식이나 conduite 개념이 반규범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고, 또 그것이 푸코의 의도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 푸코가 이 문제들에 대해 무언가 명확한 답변, 적어도 책을 출판할 수 있을 만큼의 답변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푸코의 말년의 강의록들은 이 문제들을 사고하고 새로운 이론화, 문제화 방식을 탐색하기 위한 역사적, 이론적 실험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그 강의록들에서 무엇을 이끌어내는가 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달린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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