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집에 일이 있어서 그동안 서재에 들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찾아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 드리면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오는 1월 6일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한겨레 기획연재를 안내해드리기 위해 페이퍼를 씁니다.

 

이번 연재는 격주로 총 28회까지 진행될 예정이니까 대략 1년 1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글이 실릴 듯합니다.

 

기획 연재의 제목은 <다시,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정치적인 것의 사상사>로 잡았습니다.

 

기획의 취지는, 총론에 나와 있듯이, 20세기 세계사의 주요 사건과 전개과정에 대한 사상적 대응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21세기 새로운 진보 정치와 사상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원래는 한 40여 명을 다뤄보고 싶었는데, 신문사 사정상 그렇게 오래 연재를 하기는 어렵다고 해서

 

줄이고 줄여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ㅠ.ㅠ) 27명의 사상가를 다루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상가들, 이론가들이 빠졌다고 생각하실 분들이

 

꽤 있으실 듯한데, 저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단행본으로 낼 때는 이번 연재에서 다룰 27명 이외에 10여 명을 추가해서

 

40여 명 정도를 살펴볼 생각입니다.

 

아무튼 1년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될 이번 연재에 많은 성원과 조언, 비평을 부탁드립니다.

 

 

 

 

아래 링크로 가시면 전체 총론과 목차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6183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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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정치적인 것의 사상사

 

 

◎ 연재 순서

 

1. 연재를 시작하며

 

 

1. 러시아 혁명의 반향

 

2. 막스 베버: 근대성의 쇠우리에 갇힌 러시아 혁명

 

3. 지외르지 루카치: 베버를 넘어-프롤레타리아 계급의식

 

4. 칼 슈미트: 사회주의 혁명에 맞선 보수주의 선언

 

 

2. 파시즘과 저항

 

5. 안토니오 그람시: 파시즘을 극복하라-헤게모니ㆍ진지전

 

6. 발터 벤야민: 역사를 구원하는 좁은 문

 

7. 허버트 마르쿠제: 기술적 합리성이 일상을 지배할 때

 

 

3. 냉전과 자유주의의 재구성

 

8. 존 메이너드 케인스: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하라-수정 자본주의

 

9.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국가에 대한 공포에서 신자유주의로

 

10. 이사야 벌린: 전체주의의 대안-자유민주주의

 

11. 한나 아렌트: 근대적 인간 조건 속에서의 자유

 

12. 존 롤스: 자유주의의 철학적 정당성

 

 

4.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분열과 마르크스주의의 개조

 

13. 장-폴 사르트르: 역사의 총체성을 다시 회복하기

 

14. 루이 알튀세르: 마르크스로 돌아가는 먼 우회의 길

 

15. 위르겐 하버마스: 마르크스주의에서 근대성으로

 

 

5. 68혁명의 철학

 

16.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욕망의 역사유물론

 

17. 미셸 푸코: 규율권력과 주체화

 

18. 마리오 트론티: 노동자 계급에 기생하는 자본

 

 

6. 여성, 해방을 말하다

 

19. 시몬 드 보부아르: 남성과 평등한 여성

 

20. 뤼스 이리가레: 성차의 권리와 정치의 변혁

 

21. 주디스 버틀러: 성 정체성 전복에서 타자의 윤리로

 

 

7. 유럽 중심주의 넘어서기

 

22. 에드워드 사이드: 서양문명이라는 이름의 지배 원리

 

23. 가야트리 스피박: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

 

 

8.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와 신자유주의의 도래

 

24.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샹탈 무페: 마르크스주의 이후의 급진민주주의

 

25. 안토니오 네그리/마이클 하트: 다중의 공산주의

 

26. 필립 페팃: 비지배로서의 자유-신공화주의적 민주주의

 

27. 자크 랑시에르: 몫 없는 이들의 몫-무정부주의적 민주주의

 

28. 에티엔 발리바르: 평등자유명제-민주주의의 민주화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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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정치적인 것의 사상사를 시작하며

 

 

  20세기는 끝났는가? 21세기는 시작되었는가? 이 연재가 품고 있는 화두는 바로 이 질문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2년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궁극적인 승리를 자축했을 때, 20세기의 종말은 자명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10월 혁명에서 시작된 세계의 변혁을 향한 거대한 대장정이 결국 부질없는 백일몽에 불과했다는 고해성사를 수반했다. 하지만 거칠 것 없는 것으로 보였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지난 2008년 이후 심각한 균열과 모순을 지니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와 더불어 아랍의 민주화 운동,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의 봉기, 뉴욕의 오큐파이 운동이 전개되었고, 중남미에선 좌파 정권이 연이어 집권하면서 민중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역사란 객관적 연대기의 기록이 아니라 권력과 저항, 지배와 해방의 세력들이 전개하는 길항의 과정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지난 세기의 진보의 실패를 딛고 일어설 새로운 해방 운동을 통해서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정치적인 것의 사상사’는 이런 관점에서 20세기~21세기 초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에 대한 사상적 대응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역사와 시대가 던진 질문에 답하고자 했던 사상가들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새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이 낳은 사상적 반향이 연재의 출발점이다. 20세기의 시작을 알린 러시아 혁명은 환호와 더불어 공포와 불안을 낳았다. 막스 베버가 말년의 강연에서 정치의 비극이라는 이름 아래 러시아 혁명의 미래를 불길하게 예언했던 반면, 지외르지 루카치는 러시아혁명에서 베버 사상을 극복할 수 있는 역사의 주체 프롤레타리아를 발견했다. 다른 한편 칼 슈미트는 소비에트주의와 아메리카주의에 맞설 수 있는 보수주의 혁명을 꿈꾸고 있었다.

 

러시아혁명에 대한 정치적 반응은 파시즘으로 표출되었다. 독일의 히틀러와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스페인의 프랑코로 이어지는 반동의 정치는 유럽을 어두운 대륙으로 만들었다. 이 반동의 흐름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파시즘을 극복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를 개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고, 발터 벤야민은 좌절의 끝자락에 역사의 메시아를 호출하여 파시즘에 저항하려고 했다. 허버트 마르쿠제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 자본주의 세계 속에 일상적 전체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깃들어 있음을 폭로했다.

 

파시즘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자유주의 진영은 곧바로 새로운 적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이른바 냉전이 시작되었고, 자유주의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우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수정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제시했고,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이에 맞서 신자유주의 혁명의 가능성을 꿈꾸고 있었다. 이사야 벌린은 소극적 자유가 자유주의의 핵심 원리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한나 아렌트는 ‘권리들을 가질 권리’에 입각한 정치의 가능성을 찾으려 했다. 또한 존 롤스는 진보적 자유주의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하고자 했다.

 

한편 마르크스주의 사상가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소련과 중국의 갈등으로 표출된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분열이라는 문제였다. 장-폴 사르트르는 마르크스주의를 우리 시대의 넘어설 수 없는 조건이라고 선언하면서 역사적 총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탐색했다. 반면 루이 알튀세르는 마르크스로 돌아가기 위해 스피노자, 프로이트를 우회하는 길을 택했다. 서독의 위르겐 하버마스는 마르크스주의 대신 근대성의 미완의 잠재력에서 비판이론의 토대를 발견한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아시아를 휩쓴 68 혁명은 전후 자본주의 체계의 모순을 드러냈으며, 동시에 정통 마르크스주의보다 더 급진적인 해방의 사상을 위한 동력을 제공해주었다.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는 󰡔반(反)오이디푸스󰡕에서 욕망에 근거를 둔 역사유물론을 발전시키려고 했다. 미셸 푸코는 이 책을 격찬했지만, 그들과는 사뭇 다른 방향에서 또 다른 역사유물론의 길을 걸어갔다. 이탈리아에서는 마리오 트론티가 마르크스주의 생산양식 개념을 급진화하면서 노동자주의에 입각한 역사유물론을 구상하고 있었다.

 

20세기 사상이 이룩한 탁월한 성과 중 하나는 페미니즘 및 서구 중심주의 비판에서 찾을 수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남성과 평등한 여성의 가능성을 모색했고, 뤼스 이리가레는 여기에 맞서 성적 차이에 기반을 둔 정치 문명을 추구했다. 초기에 젠더 정체성의 문제에 주력하던 주디스 버틀러는 최근에는 근대의 실패와 폭력을 윤리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길을 탐색하고 있다. 영원한 망명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서구 문명이 보편 이성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비서구인들을 차별하고 지배하기 위한 원리였음을 보여주었다. 가야트리 스피박은 해체론의 관점에서 서발턴이라는 이름에 담긴 아포리아를 해명했다. 그것은 피억압자를 위한 해방 운동 속에 피지배자들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담겨 있는가라는 질문이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시작된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은 신자유주의적 예속화를 동반하면서 이론가들에게 새로운 사상적 과제를 제기했다. 그것은 전통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이라는 과제다.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샹탈 무페가 포스트마르크스주의를 제창하면서 급진민주주의의 길을 탐색하고 있다면, 󰡔제국󰡕의 공저자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다중에 기초를 둔 공산주의적 민주주의를 제창하고 있다. 또한 영미 정치철학의 후예인 필립 페팃은 로마적인 공화주의 전통에 입각하여 비지배 공화주의 이론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알튀세르와 결별한 뒤 오랫동안 노동자 문서고에서 작업했던 자크 랑시에르는 몫 없는 이들의 몫에 기반을 둔 정치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제시한다. 그리고 에티엔 발리바르는 1789년 󰡔인권선언󰡕에 대한 재독해를 통해 민주주의의 민주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 연재가 20세기 변혁 운동의 실패와 한계를 딛고 새로운 해방의 세기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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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4-01-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생님 단독으로 글을 쓰시나요? 아니면 다른 (전공자) 필자분들도 참여하시나요?

balmas 2014-01-04 23:45   좋아요 0 | URL
예 이번 기획은 저 혼자 단독으로 쓰는 기획입니다.

독자2 2014-01-06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오늘 아침 한겨례에서 읽었습니다. 의미있는 작업이 되실 것 같군요. 그런데 서양사상사위주라 이걸 동양과 한국에서 받아들이면서 일어났던 사상가, 철학가들을 중간중간에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들었습니다.

balmas 2014-01-07 01:01   좋아요 0 | URL
관심을 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양이나 비서구 사상가들이 좀더 많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저도 좀 유감입니다. 나중에 단행본으로 낼 때는 고려하도록 하겠습니다.

2014-01-09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almas 2014-01-09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이 기획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습니다.

이 기획은 연재가 끝난 후에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거쳐 도서출판 길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김동우 2014-01-10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죄다 서구 유럽과 북미 지식인들이군요. 20세기 사상에 비서구는 없나 보네요

balmas 2014-01-10 20:22   좋아요 0 | URL
하하 그런 비평이 당연히 나올 수 있겠죠.

그런데 사이드나 스피박은 적어도 유럽인이나 북미인은 아니죠.

저도 비서구 사상가를 몇 사람 더 추가하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하네요.

책으로 낼 때는 조금 더 보완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