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투자해 2억 벌기도… 외국선 엄격한 규제
[조선일보 한윤재 기자]
재산을 불린 고위공직자의 경우 주식은 무시할 수 없는 주요 재테크 수단 중의 하나로 나타났다. 홍석조 인천지검장처럼 ‘타고난 주식부자’도 있지만 본인이나 배우자 명의로 수시로 주식을 사고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린 공직자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주식 재테크를 활발하게 한 공직자 중에는 경제관료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외국에서는 고위공직자의 주식거래 및 보유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물론 과장급 이상의 공무원과 연방의회의원, 사법부공무원 등의 주식보유 및 거래 행위를 일종의 ‘내부자 거래’로 간주해 규제하고 있다.
◆본인보다는 배우자가 더 적극적
정부 산하기관의 한 이사장의 경우 부인이 작년 한해 SKC·대우증권 등 11개사의 주식을 팔고 SBS·동성제약·두산 등 11개사의 주식을 샀다. 장남과 장녀도 모두 주식투자에 나서, 가족 전체의 주식보유 증가액이 2억여원에 달했다.
또 경제부처의 차관급 인사는 조흥은행 주식 7500주, 삼성SDI주식을 팔아 아시아나항공 5만주와 현대오토넷 1만주를 사는 등 대부분 재산을 예금보다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주식이 한주도 없었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크게 불린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경우도 주식투자는 하지 않았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등 청와대 소속 공직자들도 지난해 보유주식이 많이 늘어났다. 대통령 비서실의 장관급 인사는 부인이 삼보컴퓨터 500주와 우리금융 200주를 팔고 한신공영 600주와 삼성전자 40주를 샀다고 신고했다.
보유주가 변동액 1위인 홍석조 인천지검장의 경우는 휘닉스피디이(옛 휘닉스디스플레이전자) 주식 28만5000주(11%)를 갖고 있는데 지난해 6월말 이 회사가 3만200원(액면가 5000원)의 공모가로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휘닉스피디이는 홍 검사장 일가가 오너로 있는 보광그룹의 계열사이다.
◆공직자 주식거래 규제 필요
공직자의 주식보유 및 거래는 업무상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하더라도 ‘정보접근’이 일반 투자자에 비해 월등히 유리하다는 점에서 ‘공직자 윤리’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회에 계류중인 주식백지신탁제 법률안도 그런 의미에서 작년에 정부가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초 작년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던 이 법은 올 2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공직자의 보유 주식이 담당 업무와 이해충돌 소지가 있을 경우 주식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그게 싫다면 사임하거나 전직·전보를 요구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94년 샌디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석유기업 아모코 주식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받고도 95년에 이를 매각 2만30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한윤재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yoonjae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