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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내 패거리 문화 청산부터"
제언 -김민수 교수의 승소에 담긴 의미와 교훈

2005년 02월 18일   기자 이메일 보내기

지난 1월 28일 서울 고등법원은 김민수 교수에 대한 교수재임용거부처분을 취소하라는 제1심의 판결을 수용해 피고인 서울대 총장의 항소를 기각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6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외롭게 싸워온 김 교수는 물론 학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힘을 모아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승리이다. 재판부의 판결은 대단히 명확해 김 교수가 재임용에 필요한 충분한 실적을 제시했으니 조속히 원상회복하라는 것이다. 서울대도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으니 더 이상 소모적인 법정투쟁은 없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교수 사건이 가져온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우선 법적으로 서울대가 김 교수의 원직회복과 그동안의 고통에 대한 보상을 원활히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고 그동안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소재를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도 김 교수 사건이 학내에서 합리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간 사법적 판단을 구하게 되는 동안 대학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됐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짚어서 다시는 이러한 모순이 대학사회에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먼저 대학 내의 패거리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 김민수 교수 사건의 발단은 아직도 대학에 존재하고 있는 패거리 문화에서 시작됐다. 그와 학문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몇몇 교수들의 돌팔매질이 시작되고 곧이어 자유와 개성을 존중하는 학문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왕따로 자랐다. 김민수 교수가 속한 대학의 교수들은 여러 차례 김 교수와 같이 지낼 수 없다는 의사를 공․사석에서 피력해 왔으며 법원의 준엄한 판결이 내려진 지금도 학내의 다른 곳에 그를 소속시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6년여 동안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서울대가 입은 권위의 손상에 대해 일언의 사과도 하지 않으면서 아직도 김 교수를 부정하고 원망하는 그들의 패거리 의식은 어디에서 온 것이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둘째로 대학 행정과 제도의 합리성을 회복해야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번 사건은 군사정권에 의해 고안됐던 교수 재임용제도의 모순에서 비롯됐으며 서울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특별한 사례이다. 학내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절차상 적법성을 주장하며 약자인 김 교수의 인격과 학문의 존엄성을 7년 가까이 밟아 버렸던 것은 책임을 회피 할 수 없는 일이다. 서울대는 이번 사건을 학내에서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들을 모두 흘려버렸다. 2000년 1심에서 김 교수가 승소하였을 때, 2004년 4월 대법원에서 김 교수가 승소했을 때 집행부는 양식 있는 학내외 인사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몇몇 강경 법리론자들의 이길 수 있다는 간언과 미대측의 반발을 받아 들여 지루하고 무의미한 법정싸움을 이어가는 길을 택했다. 정운찬 총장은 대책위 교수들과의 만남과 학장회의에서 문제를 학내에서 풀고자 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과연 우리대학의 제도는 유신시대의 구태와 관행을 벗고 있는가. 대학의 제도와 집행의 실체는 누구이며 책임은 누가 지는가.

 

마지막으로 대학의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의 확립이다. 김 교수 사건은 학내의 자율적이고 이성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있었다면 초기에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 4백명이 넘는 학내의 양심적인 교수들과 1천3백여 전국교수들이 서명해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자 나섰던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 교수들의 의견을 학내에서 반영할 만한 조직과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학장회의는 물론 교수협의회 마저도 다수 교수들의 열망을 전달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다수의 평교수들의 의견을 합법적으로 전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보직에 대한 교수들의 미련을 키우게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이제 이런 문제들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부끄럽지 않은 대학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영찬 / 서울대 농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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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2-2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운찬 총창이 크게 잘못하는 거죠.
사표 내신 분들의 충정을 그렇게 매몰차게 거부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후진 양성과 친일파 청산을 위해 어려운 결심 하셨는데, 당연히 수리를 해야죠.
정총장, 그 분들께 감사패 하나씩 드리고 얼른 사표 수리하세요,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