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조선인 > 난 죽다 살아났다

옆지기에게 새로운 말버릇이 생겼다.

"1번 죽다가 살아나보니..."

가끔은 100수도 넘긴 곰팡내나는 말투다 싶기도 하지만, 사뭇 비장하여 가슴 아프다.

50일을 넘겼을 때 이러다 죽는 거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경련을 겪을 때마다 뼈와 근육을 지탱해주는 칼슘과 단백질이 슝슝 빠져나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고,

거멓게 죽어가는 등의 피부를 거울로 확인하기 무서워졌고,

앉아있기도 힘든데 목소리를 내야하는 게 고통스러워 안부를 묻는 사람이 밉기까지 했으며,

차가운 모형감옥 속에서 잠을 청할 때마다 내일 아침 무사히 눈을 뜰 수 있을까 심란해졌다고 한다.

결국 국가보안법 상정이 2월로 미뤄지게 되면서 뒤죽박죽의 심정으로 60일의 단식을 마칠 때

정말 절박하게 "다시 살자"는 생각 하나만 가듬자고 다짐했단다.

그리고 1달이 지난 지금, 옆지기는 아직도 죽과 된장국만 간신히 받아들일 뿐,

언제나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염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서른 다섯이 된 옆지기는 젊다고 할 순 없지만 아주 늙어 못 쓰게 된 육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2달의 단식으로 쇠약해진 몸을 1달의 복식으로 회복하는 건 어림도 없음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밥도 먹고 이것 저것 먹어야 몸이 살아날텐데,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지금,

우리는 수시로 지율 스님을 이야기한다.

48세의 나이... 98일의 단식...

단순하게 더하기 빼기를 하면 옆지기보다 13살이 더 많은 것이고, 38일을 더 한 것이다.

하지만 24살이면 이미 노화가 시작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13살이 많다는 것은 훨씬 큰 나이차요,

50일이 넘어서자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다는 옆지기의 고백에 따르면

+38일은 인간이 감내할 바가 아니다.

이제 박근혜조차 천성산 문제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도룡뇽과 우리의 후세를 살리기 위해 지율 스님은 이미 죽음의 길로 넘어선 지 오래다.

과연 기적적으로-인간의 정권에게 신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것조차 수치스럽다-

천성산 문제가 해결된다 하여도 지율 스님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달간 옆지기의 고통을 옆에서 본 나의 대답은 안타깝게도 '아니다'라는 것.

정권이 무슨 결정을 내리건 간에 지율 스님을 온전히 살려내는 건 불가능하다.

남은 것은 지율 스님이 평화로이 입적하는가 아니면

현생의 번뇌속에 눈을 감는가 라는 차이일 뿐이다.

결국 우리 모두 지율 스님을 죽이고 있는 공범이라는 자책감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