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민주노총을 향해 "그들만의 노동운동" 세력이라고 했다. 노무현이 그런 말을 한 것은 한 두번이 아니지만, 외국에 나가서 그렇게 말했다. 노동행정 책임자인 김대환은 노동운동이 과거 민주화운동에 편승해 성장했으며, 대기업 노동자들은 그렇게 편승으로 과도하게 그 성과를 챙겨 먹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장관이 아니라 한 사회과학자로 보아도 자기 말은 틀림이 없다 했다.
그들의 말이 대기업노조를 비판하고 또 일부가 가진 의식에 대한 말이기에 그 범위 안에서는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들의 말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할 말로 보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말이다.
먼저, 따져 보아야 할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힘을 갖지 못하고 권리 찾기를 못한 것이 민주노총만의 책임인가 하는 점이다. 언제 해고될지, 언제 파견계약이 해지되어 일자리를 잃게 될지 전전긍긍하며, 적은 임금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한 책임이 모두 민주노총에게 있는가 ?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자기 권리 찾기를 싫어할까 ? 그들은 힘도 없고 빽도 없어 그런 생각 아예 접고, 적은 임금에도 먹고 살기 위해 더러운 꼴 다 보더라도 참고 산다. 그리고, 노조만들고, 또 다른 방법으로라도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 즉 헌법, 민법, 노동관계법에서 그렇게 주구장창 말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대등한 계약과 자유로운 계약을 요구하면 어떻게 될지 그들이라고 모를까 ?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안다. 잘리고 길거리에 나앉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 안다. 누구한테 하소연해 봐야 들어줄 사람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또 참고 산다.
그런 면에서 대기업과 대기업 노조는 낫다. 그렇지만, 민주노총을 들여다 보면, 노무현과 김대환이 함부로 지껄여도 될만한 그런 노조 많지 않다. 노동자 연대 관점을 포기한 몇몇 대기업노조나 집행간부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없는 노조는 당장 민주노총을 떠나라고 나도 말하고 싶다. 그러나, 민주노총에는 그렇지 않은 노조가 더 많다. 비정규직 노조도 많고, 소수 조합원이 있는 노조도 많다. 노무현과 김대환이 싸잡아 비난해서 죽여버려서는 안되는 노조가 더 많다.
그리고, 앞서 말한대로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용자와 대등한 관계에서 노동법적 권리 행사를 자유로이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3권과 노동관계법상 권리를 보장받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그 권리 행사로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렵고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게 못하는지 대통령과 노동부장관은 그 이유를 정말 모르는가 ? 정말 이땅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기본권 행사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보는가 ? 천만의 말씀이다. 제발 대통령이나 노동부장관 정도면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판은 자유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나 제대로 하고 나서 뭐라고 해라.
두 사람은 모두 노동법을 한번씩 읽어 보았을 테니 한두개만 적어 보자.
사용자는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하거나 노조 활동을 하거나 단체행동을 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규정과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규정을 잘 알 것이다(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두 사람은 위 규정이 노동현장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그렇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 특히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말이다.
당신들 같이 힘있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당신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일 수 있다. 그렇게 모든 노조가 다 씹혀서 다 힘을 잃어버릴 때가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향상이 뒤따라 오기나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된다는 가능성이 어디 있기나 한지 한번 구체적으로 제시해 보라.
그나마 민주노총을 기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전화하고 상담하고 찾아오는 노동자를 간혹 만날 때가 있다. 그것을 생각하면, 두 사람이 한 말을 생각하면 정말 열 받는다. 청와대가, 노동부가 그런 노동자를 다 만나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았으면 한다.
헌데, 언제부터 그들이 그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를 끔찍하게 생각해 주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네그려.
자본을 위해서는 재경부, 산자부 등이 있으니, 노동자를 위해서는 노동부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전임 장관 권기홍의 말이 새삼 생각난다. 노동부는 노조부가 아니라는 말로, 대화마저 하지 않겠다는 김대환의 생각은 장관도, 민주노총 내의 대기업노조에 쓴소리를 한 것은 좋다만 그 안에 있는 작은 노조나 비정규직 노조, 그리고 그나마 기댈 곳을 찾아든 노동자에게까지도 폭탄을 날린 노무현도, 참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