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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 지는 바이칼 호수. 출처 http://nature.baikal.r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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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칼은 남부 시베리아 산지에 있는 호수이다. 호수의 길이는 636㎞, 면적은 3만1천500㎢(네덜란드의 넓이)로 세계 호수 중 면적으로만 8번째로 꼽는다.
하지만 물의 깊이와 수량을 따진다면 바이칼 호수는 어떤 호수도 따라올 수 없다. 평균 깊이는 730m, 가장 깊은 곳은 1620m, 수량은 23만㎡이다. 이는 러시아에 있는 전체 담수양의 80%, 세계 전체 담수양의 20%를 차지하는 엄청난 양이다.
호수 해안선의 총 길이는 2100㎞이다. 재미있는 것은 336개의 하천이 바이칼 호수로 들어오고 있으며, 오직 하나의 강만이 바이칼에서 나간다.
바이칼 호수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은 부럇트 민족인데, 현재도 이 곳에 하나의 공화국으로 존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들에게 바이칼 호수는 매우 신성한 곳이었다. 부럇트 민족은 돌 하나라도 함부로 바이칼 호수에 던지거나, 그 위치를 바꾸는 것을 금기시했다.
바이칼 호수로부터 빠져나가는 강은 오직 하나, 앙가라 강인데 이 강에 대한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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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칼 호수에서 빠져나가는 앙가라 강. 이 강은 이르쿠츠크 시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오른쪽이 리스트뱐까 마을이다. 출처 http://baikal.irkutsk.r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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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에 의하면 바이칼은 늙은 아버지이며, 앙가라는 그 딸이다. 아버지의 성격은 매우 잔인하고 무정했으나, 외동딸인 앙가라를 무척 사랑했다.
어느 날 앙가라는 아버지 바이칼이 잠든 사이 야반도주를 감행하여, 젊은 청년인 예니세이에게 도망간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아버지 바이칼은 크게 분노했다. 그의 분노로 하늘과 땅, 산맥과 호수가 어두워지고 천둥과 바람이 몰아쳤으며 바위들이 날아다녔다. 바이칼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커다란 바위를 앙가라에게 던졌고, 그 바위는 앙가라의 목에 걸렸다. 앙가라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빈다.
앙가라는 “아버지, 바위 때문에 아무것도 마실 수가 없어요, 제발 물 한 모금만 마시게 해주세요”라며 빌었지만 아버지는 매정하게 답했다. “너에게는 물 한 모금도 줄 수 없고, 단 내 눈물만 줄 수 있다.”
그래서 현재도 바이칼에서 앙가라 강으로 빠지는 호수 어귀 가운데를 보면 바위 덩어리가 올라와 있다. 그 바위가 바로 바이칼이 딸에게 던진 바위라 하고, 앙가라 강은 계속 가다가 러시아의 유명한 강 중 하나인 예니세이 강으로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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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아래 물을 퍼가는 구멍이 있다. ⓒ 윤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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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차로 가다가 그 바위를 본 한스는 바위가 생각보다 작아 의아해했다. 한스: 흠…저 바위가 목에 걸렸다니.. 별로 안 큰데. 운전기사: 물 위로 올라와 있는 건 작지, 물 속에 있는 부분은 얼마나 큰데. 한스: 글쿠나….
예로부터 샤머니즘을 믿는 부럇트 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장소들은 바이칼 호수 곳곳에 있다. 현재도 부럇트 족이건 러시아 현지민들이건 그 곳을 지날 때마다 동전, 담배 등을 던져놓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우리랑 같이 다니던 기사 아저씨도 차를 세워두고 담배 한 개피씩을 던져놓았다.
겨울 바이칼은 장관이었다. 전설처럼 신령스럽기까지 했다. 바이칼 호수는 러시아의 국립공원이기도 하고, 유엔에서 정한 자연보호지역이기도 하다.
처음에 어렵게 묵었던 집은 바로 바이칼 호숫가에 있었다. 집을 찾을 때는 구경할 여유가 없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본 것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호수 얼음 위에 있는 조그마한 전나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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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칼 호수의 얼음 조각. 먹어도 된다. 입이 꽁꽁 얼지만. ⓒ 윤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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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는 전체가 얼어 있었다. 육지와 가까운 얼음 위에 중간중간 있는 전나무의 정체는 일종의 우물이었다. 사람들이 그 곳에 얼음을 깨고 나무를 세워놓는다. 왜냐하면 다음 사람이 물을 뜨러 올 때 표지판이 되는 것이다. 깬 곳은 약간 살얼음이 얼어 있으므로 삽 자루로 톡톡 두들겨서 깨고 물을 떠간다. 그 물은 식수다. 그냥 호숫물을 떠먹는다. 워낙 깨끗하니까.
얼음 위를 처음 걸어갈 때 겁도 났다. 혹시 깨지면 어떡하지? … 어떤 곳은 얼음이 매끈하게 얼어서 속이 다 보였다. 나중에 한 친구한테 얘기했다.
한스: 얼음이 너무 깨끗해서 속이 다 보이더라. 너무 신기했어. 친구: 뭐가 보였는데? 한스: 물이 보이던데. 친구: ……
그래서 사람들은 그 곳에서 물고기도 낚는다. 바이칼에 가기 전에 갔다 온 사람들은 '오물(омуль)'이라는 생선을 꼭 먹어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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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칼 얼음 구멍에서 잡혀 올라오는 오물. ⓒ 윤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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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방 훈제된 오물, 싱싱하면서도 담백한 오물 맛을 한 겨울에 맛보는 것,추위도 잊게 된다!
ⓒ 윤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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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 오물이라는 물고기를 꼭 먹어보래요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요? 일행: 오물? 뭔 쓰레기를 먹으래?? 한스: 헉!
발음이 좀 그렇지? 아무튼 간 날부터 계속 오물만 먹고 다녔다. 영하 20-30도에서도 호수가에 나와 나무를 지펴 훈제구이 한 오물 맛은 정말 일품이다. 그 외에도 ‘씩(сиг)’이라는 생선도 먹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생선들이 있는데, 너무 생소한 이름이라 사전을 보니 하나같이 '시베리아에서 나는 연어의 일종'이라고만 나온다. 그래서 여기서 나는 물고기들은 대개가 바이칼에서만 나는 종류이고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단다. 참 신기하지?
그 중에 제일 유명한 것은 물개다. 민물에 물개가 산다니 정말 신기하지 않는가? 특히 바이칼에 사는 이 물개를 '네르파'라고 부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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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칼에 사는 민물 물개, 네르파. 출처 http://nature.baikal.r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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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물개가 다 있어? 한스: 응. 친구: 어떻게 물개가 호수에 있냐? 한스: 그러게 말야.. 친구: 봤니? 한스: 아니….
사실 이 네르파라는 물개를 보려면 북쪽으로 상당히 올라가야 한단다. 사람이 없는 오지에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라, 우리가 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듯하다.
어쨌든 우리는 바이칼에서 맛있는 오물을 열심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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