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이주노동자 '반한활동' 기준 뭔가

[경향신문 2004-10-15 22:21]

 

[사설] 이주노동자 ‘반한활동’ 기준 뭔가

얼마전 국내에서 반한(反韓) 이슬람 단체가 적발됐다는 놀라운 소식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라크 파병 이후 이슬람 과격단체의 한국인 테러 경보가 여러차례 울렸던 상황이다.

 

가슴을 철렁 내려 앉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안에 테러리스트를 품고 있었으면서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자책감과 경각심이 불쑥 솟아난다.

 

국가정보원·법무부, ‘반한 단체’ 를 공개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 이를 부풀린 일부언론은 의도했던 안했던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 그러나 그것은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

방글라데시인 모임이 왜 반한 단체인지, 한국에서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는 비자를 달라고 호소하는 게 왜 반한 활동인지, 이슬람사원에서 만난 사람끼리 모금해 모국의 정당에 송금한 게 왜 그렇게 큰 잘못인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반한 단체 핵심조직원 3명 검거, 나머지 조직원 잠적’으로 요약된 채 세상에 떠돌고 있다.

그러나 가난한 나라의 불법이주자라고 추방반대시위를 ‘반한 활동’으로 규정,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된다. 최근 한 중국인 노동자는 체임을 요구하다 사장의 고발로 추방될 운명에 처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불평할 것이다.

그도 반한 인사인가. 불법 체류자를 마녀로 만들면 그들을 추방하는 일이 조금 수월해 질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이 땅을 찾아온 한 인간일 뿐이다. 그들의 법적 지위가 불법일 수 있어도 그들의 인생은 불법이 아니다. 누구도 그들의 인생, 그들의 행복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

그런데 정부당국이 그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차별과 멸시가 횡행하는 이런 대한민국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그런 한국이라면 정말 우리 모두가 나서 ‘반한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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