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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P 몇 만 달러, 국가경쟁력 세계 몇 위, 경제성장률 몇 퍼센트 …. 세계가 각종 지표와 산술로 국가간 서열을 매기기에 분주한 사이,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이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당신들은 행복한가요?" 최근 러시아 언론 <엔떼베(NTV)>는 '국민총생산을 국민총행복으로 바꾼 나라(미국 월 스트리트 저널에 게재된 '행복으로 부유한 사람들'의 번역기사)'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부탄이 '국민총행복'이란 지수를 토대로, 공동체의 '진정한 삶'을 꾸려가려는 의미있는 '실험'을 다루고 있다. 부탄은 왜 GNP란 지수를 버렸을까? 기사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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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탄 어린이들의 해맑은 미소. 출처 www.newsru.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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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의 한 작은 왕국, 부탄은 GNP(Gross National Product,국민총생산)라는 지수를 쓰지 않는다.
국민총생산보다 이 나라에 더 적합한 지수를 부탄은 도입했다. 바로 'GNH(Gross National Happiness,국민 총 행복)'이다.
5년전 타쉬 반기얄씨는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캐임브리지 대학 철학 석사학위, 예쁜 여자 친구, 런던 컨설팅 회사의 스카우트 제안까지. 그러나 반기얄은 세상과 동떨어진 부탄에서 120달러를 받는 직업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다.
반기얄씨의 대학 동기들, 특히 외국에서 고소득의 직장을 찾는 것이 꿈인 인도나 네팔 친구들은 이 부탄 친구의 결정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반기얄씨가, 다른 부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그리고 집요하게 추구하는 목적은 다른 데 있다. 행복이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행을 많이 하고 외국에서도 살아봤지만 그럴수록 우리나라에 있는 것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라고 반기얄씨는 말한다.
부탄은 지구상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이지만 해외로 유학을 떠난 학생들 거의 전부가 고국으로 되돌아 온다. 이유는 한가지다. 부탄의 정부는 국민보건, 교육, 환경 개선에 힘쓸 뿐만 아니라 '뜬구름 잡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국민의 '행복'을 증진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부탄의 정부는 '일반적인 발전'의 지표가 되는 국민총생산을 새로운 모델인 '국민총행복'으로 대체해 전 세계의 경제 연구소, 연구자들로부터 이목을 끌었다. '국민총행복'의 개념을 규정하기는 물론 어렵지만 부탄에서는 자연자원의 보호부터 민족문화의 선전, 민주적 행정 체제까지 국민 행복에 밑받침이 되는 모든 것들을 '국민총행복'에 포함시키고 있다.
"부탄은 행복을 국가의 발전 전략으로 세우는 매우 드문 나라입니다. 어쩌면 유일한 나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탄 사람들은 장기간의 사회적 건강을 위해서 눈앞의 이익을 희생합니다." 삶의 질을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애틀랜틱 GPI의 회장인 론 콜먼씨의 말이다.
물론 포괄적인 충족감을 고려하지 않고 물질적 복리만으로 '복지'를 평가하는 것에 의의를 제기하는 나라가 부탄만은 아니다.
국제 사회과학자 그룹 '세계 가치 조사'는 지난해 세계 각국을 행복의 순위로 매긴 바있다. 여러 가치와 믿음이 한 나라의 정치, 사회에 반영되는 정도를 여러 질문을 통해서 분석한 이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나라 1위로 나이지리아가 꼽혔다. 미국은 16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갤럽'은 일리노이대의 애드 다이너 심리학 교수에게 국민 복지 지수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텔레비전의 한 구석에서 다우 존스의 지수와 함께 보여질 수 있는 지수를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지난 18년 동안 행복과 복지의 관계를 연구해 온 다이너 교수는 사회가 일정 정도의 복지 수준에 도달하면 수입은 더 이상 삶의 만족감을 주는 지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정신 건강은 통장 잔고 등보다는 인간 관계, 작업의 만족도, 끊임없이 할 일이 있다는 것, 인권, 민주적인 제도 등과 관련이 있다는 것.
정신적 복지는 부탄의 국왕 드룩 기얄로 지그메 싱기예 왕축이 1972년 왕위에 오른 이후 신민들을 위하여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이다. 다이너 교수와 마찬가지로 국왕은 국민총생산의 대체 지수를 오랫동안 탐색해 왔다.
국왕은 국내총생산이 한나라의 진정한 부와 큰 관계가 없으며, 진정한 지도자란 물질적 복지뿐 아니라 정신적 만족감을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총행복'의 개념이 부탄에서 공식적으로 다듬어진 것은 지난 1998년의 일이다. 그때 국왕은 국무총리인 리온포 쥐그미 틴리에게 '행복의 네 기둥' 이라는 정부의 계획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이 네 기둥이란 안정적인 경제 발전, 자연 환경의 보호, 민족 문화의 증진과 좋은 통치를 일컫는다. 틴리 총리는 이 네 기둥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과 성공에 도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우선 총 인구수가 828,000명인 작은 왕국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한다. 이 개혁의 구도에 의하면 보건, 교육, 사회 경제 분야의 서비스가 다른 분야보다 우선시된다. 이 목적에 따라 국가 예산의 25퍼센트 이상이 병원과 학교에 배분되었다.
두번째 기둥인 자연 환경의 보호 역시 국가 성장 체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부탄은 외국 자본에 문을 활짝 열거나 천연 광물들을 팔아 넘기지 않는다. 비가공 원목의 수출을 금하고 입국 관광객 수를 연 6천 명으로 제한함으로써 투자자들은 막다른 골목에 서게 됐지만 자연 환경은 천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다.
세번째 기둥인 문화 지원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 국민이 종교 의식에 참가하는 것이 이 계획의 하나다.
마지막 기둥은 좋은 통치이다. 1998년 국왕은 민주주의를 가속화하고 자발적으로 스스로의 권한을 제한했다. 현재 국무회의는 선거로 선출되며 국왕은 행정부의 권력을 각 부처에 안배했다.
국왕은 틴리 총리에게 행복 창조의 전략 뿐 아니라 국민총행복의 개념을 다른 국가들에도 널리 알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총리에게는 버거운 주문이었다. "다른 나라로 떠나면서도 회의가 많이 들었습니다. 대체 이 개념을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예측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라고 틴리 총리는 회상한다.
그러나 전 세계는 행복에 굶주려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틴리 총리는 1998년 서울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의 발언을 비롯, 전 세계를 향하여 국민총행복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부탄이 유토피아 인것만은 아니다. 5년전 부탄에는 최초의 정신과 의사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인 첸초 도르쥐씨는 "신경 불안 증세를 보이는 젊은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한다. 꾸준한 일자리 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건 상태의 개선으로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요.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들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대중매체와 첨단 기술들도 최근 들어오기 시작했다. 텔레비전은 1998년 처음 시청이 가능하게 됐고 작년에는 이동 통신 전화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가 물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됐습니다"라고 도르쥐씨는 말한다.
스트레스와 알코올 중독도 차츰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부탄 사람이라도 붙잡고 물어보라. 부탄 사람들이 정말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행복하냐고. 대답은 한가지, '그렇다' 이다.
종교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텔레비전과 이동전화 등 세속적인 삶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탄에서 종교의 영향력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교리를 듣기 위해 불교 사원을 찾는 사람들은 전에 없이 늘어나고 있다.
부탄이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될 수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도 덫은 있다. 세계 은행의 한 관리 엔리케 판토야 씨는 "한 국가로서 부탄의 성장은 부탄의 정체성에 기반합니다. 만약 부탄에서와 같이 진지한 철학, 성장에 대한 확고한 생각들이 없다면 다른 나라들이 부탄과 경쟁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라고 주장한다.
반기얄씨의 월급은 정부 관리의 평균 월급과 맞먹는다. 그러나 반기얄씨가 기쁜 이유는 그가 자기 목소리를 내며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무부 분석가인 반기얄씨는 좋은 통치, 정치 개혁, 무상 의료 서비스와 무상 교육이 있는 한 이 나라의 미래는 밝다는 믿음을 견지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부탄은 어린 아이를 키우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는 사실이다. 소꿉친구 데첸 방모씨와 결혼한 반기얄씨는 세살 된 딸을 두고 있으며 직장에 오래 있으면 집 생각이 자꾸 난다고 말한다. "서양 사람들은 개인의 경력을 쌓느라 바쁘죠. 부탄에서는 공동의 가치를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서로를 도와줍니다."
부탄에서도 부족한 것은 있다. 해외 여행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것과 자동차를 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반기얄씨의 자산 중에서 가장 값비싼 물건은 300달러짜리 산악 자전거이다. 그는 매일 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또 한가지 모자라는 것이 있다.
"여기는 스타벅스 커피가 없어요, 정말 마시고 싶어요." <번역 이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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