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영상번역계의 비리 - 이미도의 책임?

이미도-미리내
 
이미도씨 자막 이야기야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니 그다지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사실 저도 그전에는 '이미도 번역공장' 이랄지 '하청준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좀 믿고 있었죠. 유명 영화를 도맡아 하다보니 당연 보이는 이름은 '이미도' 뿐이고, 실망스러운 자막들도 분명히 존재했으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미도씨가 '공적' 취급당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반지의 제왕의 자막 과정에 참여하신 금숲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도씨는 혼자서 작업을 하고, 사실 작업하는 양은 그다지 많지 않다더라- 하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그덕에 일단 이미도씨 '개인'에 대한 오해는 풀렸고, 그전보다 좀더 너그럽게 볼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하청하는 주제에 자기 이름 다 걸고 자막도 그따위면 아마도 제가 먼저 나서서 안티를 걸지 않았을까요.) 일단 제가 금숲님 이야기를 믿는것은 실제 금숲님이 이미도씨와 같이 반지 3부작의 작업을 해 보셨고, 제가 간접적으로 그 과정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단 이미도씨 개인을 믿고, "아 혼자서 하시는구나." 하고 나니- 자막의 문제가 이미도씨 개인을 넘어 영상번역계 자체의 문제로 보이더라구요.

일단 영상번역과는 좀 다르지만, 책의 번역 과정을 살짝 살펴보자면- 역자분이 번역을 하고, 출판사에서 그걸 맡아 편집자분들이 교정을 하고, 그 분야에 관련된 분들이 감수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을겁니다. 교정 과정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번역서의 품질이 확 달라진다는것은 제가 몇년간 체험해서 알고 있구요-같은 역자가 시간차를 두고 번역한, 전혀 다른 출판사의 도서가 번역의 질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번역에서는 번역 이외에 '사후처리' 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겠지요. 번역자도 인간이니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이라는 매체를 출판하는 과정은 번역자 혼자만의 것이 아니겠지요. 그 출판사에서 책을 맡아 출간하기로 했다면, 번역의 품질에 있어서는 출판사도 공동의 책임이 있는겁니다. 그래서 책에 문제가 있으면 출판사와 역자가 함께 비난 및 비판을 받는거겠지요.

이건 영상번역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번역에서 어떤것이 어렵고 쉽냐를 따질 수는 없겠지만, 사실 책의 번역보다 영화의 번역이 더 까다롭다고 봅니다. 영화에서는 영상을 계속 보면서 맥락을 찾아야 하고,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대사의 미묘한 어조도 파악을 할 수가 없으니- 영화 자막을 만드는데는 필연적으로 그 영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 가 필요할 겁니다. (실제 인터넷에 떠도는 '디빅' 자막들 중엔 영어에 짧은 제가 보기에도 한심한 지경인 자막들이 많죠) 그리고 책과 마찬가지로, 정말정말 시간이 없더라도 그 자막을 다른 이들이 검토하고 수정할 시간이 있어야 할겁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분명 실수가 존재할테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영화 자막들은 그런 꼼꼼한 절치는 거치지 않는것으로 보여요. 혹 거친다고 해도 영화사 마음대로 자막을 바꿔버리는 경우도 있었구요.(제가 잘못 알고있다면 지적 바랍니다.)

물론 이미도씨에게 어떠한 면죄부를 주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확실히 이미도씨의 자막을 보면서, 영어에 짧은 제가 비웃을 때도 있었고, 너무 오버한 번역을 보며 민망했던 적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영화의 의미를 오도하는 자막이 나와 원성이 자자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미도씨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하고, 현재의 영상 번역계에서는 안타깝게도 프로로 활동하는 분들중에 이미도씨만한 분들이 없는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그족 종사자도 아니고- 제대로 아는것도 아니지만, 확실히 뭔가 기형적인 영상번역계의 문제 자체가 '이미도'라는 인물 하나로 대별되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대안없는 안티보다는 비판적 지지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이미도씨에 대한 무조건적 '안티' 보다는, 이미도씨를 지지하지 않는 분들의 모임이 하나의 번역 모니터링과 개선을 위한 집단이 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반적인 번역의 질도 개선이 되겠고, 아마추어 번역자들이 프로 무대로 진입하는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미도 싫다!" 만 외칠게 아니라, "이미도가 싫으니까 이러이러하게 해서 이러이러한 점을 개선되게 하자." 가 더 바람직해보이는건 저만이 아니리라고 믿습니다.


덧)
말이 나와서 말인데요, 방송국의 외화 번역에 대해서는 뭔가 만들어주실 분 없는지? 제가 하나 만들까요^^; 추석날 두개의탑 번역이야말로 영화를 이해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는걸요.
# by 미리내
 
 
영상번역계의 비리 - 이미도의 책임?-금숲

트랙백 : 닉슨님 블로그의 포스트 - 이미도의 번역

이글루에 말 나온 김에, 반지의 제왕 자막작업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리오.

맨날 이름 걸린 번역자만 가지고 '우선 눈에 띈다고' 막 말 하는데
그게 다 엄청 크게 불려진 거품 안티 !

+ 소문에 소문에 점점 공룡화되는 거짓 정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그건 다 '추측'일 뿐.

++ 혼자만 잘 알고 있다고 < 생각 >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 목격 >한 영화사와 DVD사의 번역에 대한 눈 깔아내림. 그 심각함은 상식 이하입니다.



영화계 번역에 대한 회사의 관심도가 제로인 것이 더 큰 문제.

요점은, 자막이야 어떻든,'그래도 팔리니까'가 정답.
번역자가 애써 해 보내면 괴악한 짓을 하지 않나,
기껏 제대로 하라고 2, 3 수정본 보내면 멋대로 초안 걸지 않나,

특히~~~~
시장 형성된 지 얼마 안 된 DVD가 날림은 가장 극심하지. ('시청한'것이 아닌 '당해본' 사람으로서, 이가 갈리오)


싸게 하청주어서 극장 자막에 번역자 이름도 안나오는 그런 영화가 수두룩한데
(반 헬싱도 이름 안나오더라;)

솔직히 자기 이름 걸 정도면 욕을 '듣겠다'는 건데, 사람들이 모른다.

왜 이미도 '만' 있는가?
답은 다른 자들이 대부분 이름을 걸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한 루머가 도는 거고
모든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이미도의 문어발 공장의 책임이 되고

코카콜라 한 종류만 있어서 아프리카에 팔면 자본주의의 침략이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 코카콜라의 맛 - 과연 좋은가? "
내지는
" 코카콜라 - 건강에 나쁘다? "
" 코카콜라 - 이빨이 썩는다? "
펩시콜라가 나오기 전에 저런 소리는 별 의미가 없다.

솔직하게 '이빨에 나쁘다' 정도는 사실이지만, 저 모든 것이 사실보다 거대하게 부풀려지고, 시장 바닥에서 파는 짝퉁 '고가골라'의 문제도 코카콜라에게 보내진다고 비유하면 될 것 같다.

(* 덤으로 이미도씨에 대한 여러가지 오해)

* 실제로 이미도씨가 한달에 하는 영화 편수는 얼마 안 되며 (한달에 한 편 꼴도 안 된다고 기억합니다.)
* 일정 배급사의 영화만 주로 맡는다.
* 그런데 하지도 않은 영화를 했다고들 말하는 판이다.
* 그리고 이미도씨는 DVD 안 한다. (자막이 같은 경우는 극장판 자막을 DVD회사에서 그대로 갖다 쓰는 경우)
* 그리고 히어링만으로 영화 번역 하지 않는다. 어디나 극장 영화는 대본이 꼭 온다. 그럼에도 잘려나가는 부분들은 < 두 줄에 빈칸 포함 열여섯 글자 >의 제한 때문이다. 하물며 가로자막이 아닌 세로자막인 경우 가독성이 떨어져 제한은 더욱 심해진다.
* 외국에 많이 나가는 분이다. 우물안 개구리로 그저그저 사전만 붙들고 있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영화 종류에 따라 의외로 자료조사도 많이 하는 편이다. 배급사가 많이 맡기려 하는 것은 경험이 많으므로, < 매우 단순하게 > 안심하여 맡기는 것이지 뭔가 비리가 있는게 아니다.


영양가도 안 나오는 (대부분이 루머에 불과한) 안티만 찌르지 말고,
그런 거 할 시간에 펩시콜라부터 찾아서 내 놔 보슈.
훨씬 관심 많고 영화 열심히 보는 멋진 리뷰어들이 좀 해주길 지극하게 바랍니다.
기본적인 히어링 안 되는 리뷰어는 제발 손대지 말아달라. 당신의 '오역 지적'자체가 오역이다.

그리고 영상계 회사들 제발 좀 영상번역에 대해 관심 좀 가져라!!!!!!!! 무심하기가 찬란하기 이를 데 없어!!!!! 그따위로 찍어내니까 번역계의 건전한 자극과 발전이나 경쟁이 전혀 없잖아!!!!!!!!(이게 더 급해! 그래야 펩시콜라가 나오지! 펩시콜라가 나와야 코카콜라도 맛있어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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