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인권영화 정기상영회 반딧불 소개
■ 주제 : 대학 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 ■ 주최: 인권운동사랑방, 불철주야
■ 장소 : 고려대학교 민주광장 (우천시 4.18 기념관 강당) ■ 후원: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노동자뉴스제작단
■ 일시 : 9/20(월) 늦은 7시
■ 상영작: <점거>, 고대 투쟁 관련 짧은 영상물
■ 부대행사:
①문선패 공연
②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노동자의 인권 실태를 알아보는 자리
9월 인권영화 정기상영회 반딧불은 고려대학교 청소용역노동자들의 투쟁을 되돌아보면서 ‘대학 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
자들의 인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반딧불은 고려대학교 내 학생단체인 '불철주야'와 함께 준비했다.
고려대학교는 지난 99년 학내 청소 용역노동자들을 직영 노동의 형태에서 비정 규직 용역의 형태로 바꾸어 버리며, 저임금 장시간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했 다. 대학의 역사적, 사회적 존재 의의를 망각한 채, 고려대학교는 해마다 등록금을
올리고 대학 내 건물에 온갖 업체들을 유치하며 수익을 늘려가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더불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깨끗한 학교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청소 용역노동자들의 고단한 심신은 응당 자연스러운 대가인 양 치부해왔다.
여성 노동자들이 다수를 이루는 고려대학교의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대리석 깐 화 장실의 바닥을 닦고 수북이 차오르는 쓰레기통을 묵묵히 치우며 팍팍한 하루하루를 감내해 왔다.
그러던 지난 6월, 용역업체 재입찰을 앞두고 노동자들은 “전원고용승계 보장하라”고, “노동의 유연화 전략에 따른 노동형태 변경을 저지하라”고 외치며 조직적 행동을 시작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동자들은 익숙지 않던 투쟁 구호를 연호하며 묵직하게 쌓여있는 피폐한 육신의 한을 풀어냈고, 결국 전원고용승계와 노동조합 설립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게 된 데에는 몇 년 간 꾸준히 학내에서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알려온 학생단체 ‘불철주야’(불안정노동철폐를 주도할거야)의 힘이 적지 않았다. ‘불철주야’는 학생들이 새벽 도서관을 찾을 때 빗질을 시작하는 바로 옆의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적극 손을 내밀자고 외치면서 학내에 만연된 불안정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의 청소 용역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설립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얻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새벽 5시부터 하루 작업을 준비해 오후 4시까지 11시간 동안 한 사람당 평균 450∼500평에 해당하는 면적을 청소한 대가로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은 65만원 남짓이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고려대학교 노동자들의 싸움은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9월 반딧불은 고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고려대학교 학생들과 일반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 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준비하였다.
상영작: <점거 Occupation> 45분/01년/ 감독 : 메이플 라즈사, 파초 벨레츠
*제6회 서울국제노동영화제 상영작
9월 반딧불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 대학인 하바드 대학을 상대로 하바드 대학생들과 대학 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함께 벌인 생활임금투쟁 이야기 <점거 Occupation>를 상영한다. 이 작품은 3주간에 걸친 총장실 점거로 생활 임금 쟁취 투쟁이라는 이슈를 대중화시키는데 성공한 학생들의 승리를 생생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해고의 위험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이는 대학생들의 시위는 결국 노동자들이 직접 투쟁에 참여하고,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자본의 세계화 반대 투쟁과도 일맥 상통하는 생활임금 투쟁에서의 대학생들의 활약은 노동자들의 대리 행동으로서가 아니라 연대행동이자 전략으로서 좋은 사례를 남겼다.
8월 반딧불 '범죄와 여성인권' - <사라진 여성들> 후기
혜선(인권운동사랑방 자원활동가)
영화가 끝난 후 밝아지는 실내와 함께 관객들의 깊은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여성, 폭력, 마약, 정부, 묵인 등의 단어는 그렇게 보는 이들의 가슴을 콱콱 막아대었을 것이다. 아니, 그런 것보다는 어마하게 죽어간 여성들의 숫자에 놀라고 갑갑했을까. 여러 문제들이 혼재해 있는 이 영화는 허구의 문제가(세계가) 아닌 우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나를 갑갑하게도 했고, 머릿속을 복잡하게도 했다.
인간의 세계는 동물의 세계라, 범죄에서의 피해자는 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 위험에 노출된 여성…. 그렇다면 여성은 왜 약한 존재일수밖에 없는 걸까. 이것은 육체적, 사회적 문제가 엉켜있을 것일텐데 이 영화에서의 희생자들 역시 어마한 숫자의 여성들이었다. 여성들은 범죄에 먹히고 그 범죄자는 정부를 먹어 더러운 힘 앞에 무너지는 여성들과 묵인하는 정부는 위태로운 구조로 거친 숨을 쉬는 괴물 같아 보였다.
그럼, 범죄자는 누구인가. 직, 간접적으로 희생자들의 수를 늘리고 있는 범인은 영화에서도 보
이 듯이 죄라는 것은 어느 특정한 악한 (?) 존재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꼭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범죄자에 대한 옹호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악한 사회의 구조에서 범죄는 생기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뒤틀린 구조 안에서 바들바들 떨며 살아야 하는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범죄를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몸조심해야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 나 역시도 비오는 목요일 밤에 혹시라도 흰옷을 입게 되면 괜한 불안감에 휩싸였고, 늦은 시간 어두운 길에 낯선 누군가가 지나가면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거나 잠시 멈춰서 그 낯선 이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내가 여성이라기보다는 여자이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성 범죄를 떠나 모든 범죄로부터 불안한 여성들. 비단, 여성들뿐만 아니라 아동, 장애인, 노인 등 우리사회의 물리적 약자는 항상 몸조심해야 하는… 모든 것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내 친척 분 중의 한분은 주머니에 항상 송곳을 넣고 다니다가 옷에 손상이 많이 가서 그만 두신 분이 있다. 왜 우리는 범죄에 대해 항상 불안해하며 조심해야 하는 건가.
여성과 범죄에 대해 생각하며, 범죄라는 것, 처벌이라는 것, 그것의 원인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왜, 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일까. 죄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이유 없이 살인을 한다 해도 그 살인에는 다 원인이 있다? 그럼 그런 것을 참작해야 하는 것인가? 그럼, 희생자는? 그 희생자를 생각하면 죄를 지은 사람은 절대 용서 할 수 없는 것인가? 그 죄가 생길 수밖에 없도록 만든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떤 특수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은 범죄자의 의심을 항상 받아야 하는 건가? 범죄는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물론,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말 할 순 없겠지만….
나의 성이 어떻건 간에 어두운 밤길이 귀신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무서워 다닐 수 없는 그런 사회에서 해방되기 위해선 범죄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암튼, 이 영화는 내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