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본지 전문기자
이제는 솔직히 탄핵방송에 대한 공영방송의 뉴스프로그램의 진정성도 의심스럽다. 적어도 공영방송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빼면 뉴스 프로그램은 관제방송이라고 해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아니 공영방송이 아니라 아예 관제방송으로 스스로 선언하여야 한다. 이런 선언이야말로 수구언론과 다르다는 최소한의 차별적 행위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PD연합회보 최근호에 따르면, MBC 보도국 강성주 국장은 자이툰 부대의 파병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것은 국방부의 보도자제 요청 때문이었음을 인정했다. 언제부터 MBC가 국방부의 '오더(order)'에 그렇게 성실의무를 다했는지 묻고 싶다. 그런데 가관은 KBS 보도국장의 답변이다. KBS보도국 이정봉 국장은 "인터넷 언론이나 다른 언론사를 통해 파병 사실이 알려져도 KBS는 국가 안보와 자이툰 부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보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자이툰 부대원들의 안정을 위해 보도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과연 합당한 '변명'인가.
첫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CBS 등이 국방부의 보도자제 요청을 거부하고 파병사실을 즉각 보도함으로써 저녁 뉴스가 부대원 안전 운운하며 보도하지 않을 이유가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둘째, AFP통신과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해외 언론이 자이툰 부대원들의 이라크로 향한 출국을 주요 뉴스로 전 세계에 타전했고, 특히 알자지라는 연일 한국군 파병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셋째, 당일 보도하지 않는다고 그것이 비밀에 붙여지는 것은 아니다. 파병 다음날인 지난 4일 50여명의 파병반대 국회의원들이 파병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했다.
도대체 하루만에 다 들통날, 아니 이미 다른 매체에서 공개한 내용을 '자이툰 부대원들의 안전'운운하며 시청자들이 알아야 할 권리, 들어야 할 권리, 그리고 보아야 할 권리를 짓뭉개고 나선 그 대담함과 그 꼴 같지 않은 변명거리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손가락으로 달을 가렸으면 가렸지, KBS가 MBC가 보도하지 않는다고 이것이 자이툰 부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그 오만과 교만은 그들의 몸통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정녕 국가기관방송의 뉴스책임자로서 그토록 자이툰 부대원들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죽음의 땅 이라크로 가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 파병을 원천봉쇄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리라. 하지만 이들은 처음부터 국가시책을 충실히 보도해왔고, 항상 파병반대 관련 보도는 배제하거나 최소한의 생색내기에 그쳐 왔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 소위 '공영방송뉴스'는 더 이상 언론의 자유니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니 국민의 알권리니 시청자 중심 보도니 하는 낯간지럽고 혐오감만 키우는 표현은 더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 이들 공영방송뉴스의 탈을 쓴 관제방송뉴스들이 할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탄핵정국 때, 방송뉴스 사상 처음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보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후에도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 보편적 가치 옹호 등을 보도하는데 인색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탄핵방송 이후 이들 방송뉴스는 과연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면, 과연 이들이 탄핵방송뉴스를 진정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를 반영하기 위해서 그렇게 보도했는지, 아니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특정정당과 정치세력의 편들기를 위해서 했는지에 대한 그 진정성 조차 이제는 의심스럽다.
참으로 기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참으로 내 발등을 내가 찍었다는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영방송의 뉴스를 옹호하고 수구언론들의 집중적인 매도공세를 온 몸으로 막아냈건만, 이들의 공정한 뉴스 사실적 뉴스에 대한 바람을 저버리고 관제방송으로 회귀한 공영방송의 뉴스프로그램을 오늘에서 또 다시 목격한다. '땡전뉴스'와 무엇이 다른 지 공영방송의 탈을 쓴 관제방송의 뉴스책임자들이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