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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역사의 죄인' 만들지말라 지지자들 파병반대에 적극 나서야"

[인터뷰] 단식 7일째 맞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 단식농성 6일째 찾은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이 위원장은 단식 농성 중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집회와 회의에 참석하는 등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이라크 파병철회, 직권중재 폐지를 요구하며 삭발-단식농성에 들어간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농성 6일째를 맞은 26일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옆 열린시민마당에서 이 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는 최근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전국 지하철노조가 참여한 궤도연대 총파업이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 보조를 맞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이라크 파병 철회'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감 때문인지 인터뷰에 나선 이 위원장의 표정에는 시종 무거운 분위기가 떠나질 않았다. 이 위원장은 현재 민주노총 차원에서 진행 중인 투쟁 목표들이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점을 시인하고, 이 부분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지금 벌이고 있는 무기한 단식농성이 최후의 극한투쟁이나 무기력한 호소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지도부의 성찰과 뼈아픈 반성은 필요하지만, "지금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는 확신과 의지를 재확인함으로써 노동운동 진영의 새로운 투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체의 대표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일부 보수언론 이중적 잣대, 민주노총에 대한 몰이해 드러내"

단식 농성장에서 진행된 이 위원장의 인터뷰는 '이라크 파병' 관련 주제를 중심으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최근 파병반대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노무현 정부의 거듭된 파병 강행 방침으로 인해 파병반대 여론이 심리적 체념 내지 포기 상태에 이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파병반대 집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정권퇴진' 구호에 대해서는 "그런 식의 논란 자체가 올바르지 않다"며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파병철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파병에 반대하면서도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 때문에 선뜻 나서지 않는 사람들에게 "우선은 아플지 모르지만 비판을 아끼지 않을 때 그것이 오히려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라며 "노 대통령을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낸 '역사의 죄인'으로 안 남기기 위해서라도 지지자들이 오히려 파병반대에 더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일부 보수언론에서 '노동단체가 왜 정치현안인 이라크 파병을 문제삼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이는 민주노총을 가장 잘 이해 못하는 시각"이라며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단체이기도 하지만, 그걸 뛰어 넘어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행동을 해왔기 때문에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받아왔다"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그런 주장을 하는 보수언론들이 또 어떤 때는 '민주노총 너희들은 너희만을 위한 싸움밖에 더 했느냐'고 비판하는 등 이중적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며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언론개혁뿐만 아니라 교육개혁·의료개혁·통일운동 등 사회적 이슈에 있어 산하 단체와 함께 사회 개혁 투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가진 인터뷰 전문이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 파병철회를 위한 단식농성에도 불구하고 파병은 예정된 순서대로 진행되고 있다.
"파병 철회와 직권중재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 단식농성을 시작했지만 당장 이 두 문제를 결판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주요 투쟁 목표로 파병철회를 내세우자고 조합원들이 결정했고 그에 따른 투쟁을 벌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군수물자를 실은 배가 부산항을 떠났고 병사를 실은 비행기도 곧 떠날 예정이다. 이런 상황을 접하면서 파병철회를 목표로 내세웠던 단체의 대표로서 '정말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책임을 느낀다.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 파병을 철회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엄청난 책임감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했는데도 노무현 정부가 고집 피워서 파병을 하는 구나'라고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단식농성이) 어찌 보면 나를 괴롭히는 일이지만 최소한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의지가 꺾인 것이 아니라는 완강한 모습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군수물자가 가고 병사가 가더라도 끝까지 이라크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왜 파병반대 분위기가 약화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이렇다. 과반수가 넘는 국민이 파병을 반대하고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허위성이 드러났음에도 노무현 정권이 계속 한미동맹과 국익을 내세워 파병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심리적 체념·포기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 그룹이라도 자기 몸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

- 단식 농성에도 불구하고 파병을 한다면 운동 '실패'로 인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바라만 봐야 되는가. 우리는 지금 국가권력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투쟁을 하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몸으로라도 막아보겠다고 하지만 그게 어디 가능하겠는가.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있지만 정부는 파병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포기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다음 투쟁으로 이어갈 새로운 결의라도 다져야 한다.

이렇게 싸웠음에도 파병을 강행한다면 운동의 '실패'라고 지적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반성도 하겠다. 실패에 대한 책임과 자책감이 클 것이다. 특히 조직을 대표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렇게라도 지도부가 반성을 해야 다음 투쟁으로 이어갈 수 있지 않겠나. 물론 이번에 무기한 단식을 하고 있지만 현재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싸울만한 상황이다."

- 파병반대 집회에서 현 정부의 퇴진을 전면에 내세울 것이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는데.
"그런 식의 논란은 올바르지 않다. 물론 정권과 여당에 대해 분명한 관점을 가지고 일을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부분은 굉장히 전략적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한 번 전략을 결정하면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전술들이 달라지고 제약되는 요소들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퇴진을 구호로 내세운다면 그 순간부터 대화는 끊어지는 것 아닌가. 퇴진을 주장하면서 만나서 대화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정권퇴진 주장이 지금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 지금은 파병철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 현재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노 대통령의 생각을 바꿈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아직은 있다는 거다. 그렇게 해서라도 파병철회를 해내는 게 중요하지 정권 퇴진 구호가 중요한 게 아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 파병에는 반대하지만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로 파병 반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지지층이 있다.
"전쟁을 막고 파병을 철회하는 문제는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전 인류적이고 역사적 문제다. 진정 노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지지자라면 노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 대한 판단을 잘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은 아플지 모르지만 비판을 아끼지 않는 게 오히려 대통령을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다.

파병은 옳지 않은데 노 대통령이 그것을 추진하기 때문에 내가 파병반대를 주장하지 못한다면 안 된다. 정말 한 차원 높여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노 대통령을 명분 없는 이라크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보낸 '역사의 죄인'으로 안 남게 하기 위해서라도 노 대통령 지지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필요하다.

항간에는 결국 이라크 파병이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입장이나 행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노 정권에게 이라크 파병은 엄청난 족쇄가 되거나 아니면 용단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 부분이 될 것이다. 이미 한번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서는 안 된다. 국제 정세가 자꾸 바뀌고 새로운 사실이 계속 밝혀지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그에 맞춰 새로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지자들이 도와줘야 한다."

-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왜 노동단체가 이라크 파병을 문제삼느냐고 지적하는데.
"그게 바로 민주노총을 이해 못하는 시각이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는 단체이기도 하지만, 그걸 뛰어 넘어 사회문제와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행동해 왔다.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국민적 신뢰와 노동자·민중의 지지를 받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지적을 하는 보수언론들은 또 한편으론 '민주노총은 너희들만 편하려고 하는 싸움밖에 더했느냐'라고 공격하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언론개혁·교육개혁·의료개혁 등 여러 이슈들을 함께 다룰 것이다. 이런 것들이 우리의 임금·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투쟁과 함께, 이제는 어찌 보면 더 중요하게 된 우리의 과제이자 목표가 될 것이다."

- 이라크 파병 관련 민주노총의 향후 계획은.
"민주노총은 하반기에도 이라크 파병철회를 주요 목표로 내세울 것이다. 사실 상반기에는 선거와 임단투 등으로 파병 문제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말로 조합원을 교육하고 대국민 선전활동을 전개해 대중적 동참을 이끌어 내겠다. 이라크파병반대 국민행동과 함께 상반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과 일반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나를 포함한 민주노총 전체 조합원들은 파병철회가 옳다는 신념 아래 이를 위한 투쟁에 나서고 있다. 나는 그 집행 책임자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소신에 따라 파병철회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대통령에게 정말 간곡히 부탁한다. 파병 문제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달라. 진정한 국익이 어디 있는지 긴 안목을 가져달라. 참여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문제, 남북 평화·신뢰 구축 문제가 파병과 별개의 것이 아니다. 파병 문제를 자주적으로 돌파해야 그 국민의 힘으로 노 대통령의 정치적 부피와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라크 파병과 관련 어떤 방법으로든지 파병철회하는 결정을 내려주길 간곡하게 요청한다.

국민들께는 한 번 옳다고 생각한 일이라면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말고 끝까지 행동해 달라는 부탁을 전한다. 그게 바로 우리 자신과 사회를 사랑하는 일이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나라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다. 행동함으로써 국민의 의지를 보여달라."

▲ 이수호 위원장의 단식농성이 7일째를 맞고 있다. 아직까지 건강상 무리는 없으나 무더운 날씨로 인해 주위의 우려를 사고 있다.
ⓒ2004 오마이뉴스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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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28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수호 위원장 얘기는 어디까지 믿어야하고 어디까지 조심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 ...

릴케 현상 2004-07-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balmas 2004-07-29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길게 말하기는 좀 그런데 ... 뭐랄까, 말하고 행동이 잘 안 맞는다고 할까 ...
단식 한번 안한 주제에 파병철회를 위해 단식하고 있는 사람보고 이런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