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첫작품 ‘이념공세’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강한 어조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을 비판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보수층에 “날 좀 보소”
당내엔 지도자상 부각

한나라당에서 불어오는 ‘이념 공세’가 여름정국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표최고위원은 물론이고 김덕룡 원내대표, 이한구 정책위 의장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을 상대로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박 대표는 21일 밤 자택에서 기자들을 만나 “나라의 정체성을 훼손하면 전면전을 선포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데 이어, 22일에도 당 운영위원회 등에서 작심을 한 듯 이념 문제를 제기했다. 박 대표는 “간첩 혐의로 복역한 사람이 군 장성을 조사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 가운데 어떤 사람은 민주화인사가 됐다”며 “집권층이 나라 근본을 흔들고 파괴적으로 가고 있어 (야당이) 나라를 바로잡는 일에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당 대표 취임 이후 줄곧 ‘상생과 화합’의 깃발을 들고 부드러운 대여관계를 강조해온 박 대표로선 이례적인 태도 선회다.

박 대표의 이런 방향 전환은 우선 보수 성향의 지지층을 염두에 둔 행동으로 보인다.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의 비전향장기수에 대한 민주화 운동 인정 결정, 최근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둘러싼 청와대의 태도, 열린우리당의 친일진상법 개정 추진 등이 보수층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서 당 대표가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당의 터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념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지는데, ‘상생과 화합’만을 얘기하게 되면 존립 근거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한계상황이 온 것 같다”고 풀이했다. 박 대표의 강성 발언이 ‘안보’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은 이런 분석을 어느 정도 뒷받침한다.

이와 함께 이재오·홍준표·김문수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당내 비주류 쪽의 ‘야성 상실’ 비판에 대한 대응의 측면과,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집중되고 있는 여권의 공세에 대한 반발의 성격도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지난 19일 대표로 선출된 뒤, 다음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부드러움뿐 아니라 단호함도 갖춘 ‘지도자상’을 구축할 필요를 느꼈을 수도 있다.

박 대표가 강성 기조로 돌아섬에 따라, 당분간 여야관계는 대결구도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각종 개혁정책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이며, 특히 국가보안법 개폐 등 휘발성이 강한 이념적 사안을 놓고 거센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당 일각에선 박 대표의 상품성이 ‘절제되고 부드러운 이미지’인 점을 감안할 때 공세의 수위와 기간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대표로선 대여 강경 자세가 여권의 전열정비를 촉진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고민스런 대목이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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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7-2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변죽만 요란한 <사상논쟁>에 좌우될 필요는 없다.
쟁점은 세 가지다.
파병을 철회할 것, 서희, 제마부대도 철군할 것,
국가보안법 철폐할 것,
친일진상규명법 개정할 것,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이 문제에서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