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한미 동맹 국익론은 변형된 숭미, 사대주의"
[인터뷰] '파병재검토 결의안' 앞장선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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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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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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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을 무조건 지원해줘야 한다면 박정희 유신체제와 뭐가 다르냐. 한미동맹은 노무현 후보보다 이회창 후보가 더 잘할 수 있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찍어준 것은 아니지 않느냐. 신기남 의장의 '한미동맹 강화론'은 변형된 숭미사대주의 논리다."'국군부대의 이라크 추가파견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에 서명한 50명의 여야 의원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파병 반대 논리를 펴고있는 김원웅 열린우리당 의원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도 거침없었다.
김 의원은 1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병 불가피론을 주장하거나 침묵하고 있는 젊은 개혁성향 의원들에 대해서도 "의원으로 재선, 삼선하는 것보다 일관성을 지키는 게 더 소중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특히 김 의원은 신기남 의장이 최근 방미 중에 한 '한미동맹 강화' 발언에 대해서도 "변형된 숭미사대논리이며, 분단국가 정치인으로서의 철학이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외국군대가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참전한 6.25 전쟁에 대해 '은혜'라는 발상은 이회창 후보와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인 김 의원은 '윤리특위가 지금까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지금까지는 여야가 안건을 합의해서 상정해야만 하고, 3개월 지나면 자동 소멸되는 허점이 있었다"며 "바로 공청회를 열어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잠자는 윤리특위를 깨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14일 오전 10시25분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동맹? 노무현 후보보다 이회창 후보가 더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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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15일 본회의에서 파병재검토 결의안을 직권상정해달라"고 요청했다는데."어제(13일) 개회 직전에 김 의장을 만나서 이야기했다. 국회법을 보면, 국회의장이 시한을 정해서 상임위에 검토하라고 얘기하거나 안건을 바로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파병 재검토 지지자들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문제제기 하는 것이다. (파병 재검토 지지자들을 늘리는데 있어서) 한나라당은 친미적 속성상 힘들고, 열린우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늘(14일) 기존의 파병재검토 결의안과는 별도로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에서 밝혀진 잘못된 이라크 전쟁 중단 촉구 결의안'을 만들어 본회의장에서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국군 파병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의원들이 동참할 것으로 본다. 일단 이런 결의안이 통과되면 결정적으로 (파병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본다."
- 김선일씨 피살 직후에는 70% 가까이가 파병반대 입장을 보였는데, 7월초 여론조사를 보면 파병찬성론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우리 근현대사가 갖고 있는 수난의 역사 때문이다. 옳은 게 꼭 이기는 것은 아니고 이긴 자에게 빌붙는 것도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패배주의가 있다. 해방 이후 친일파가 오히려 기득권이 되고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다 하층민으로 전락했다. 그걸 보면서 역사적 패배의식, 역사적 허무주의 같은 것이 생긴 것 같다."
-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파병 재검토 불가 입장이 확고하다. 당 전체 분위기 놓고봐도 파병 불가피론이 우세한 것 같은데."아직도 우리 정치인들이 낡은 권위주의 정치문화, 정당문화에 찌들어있는 것 같다. 당청 관계보다 근본적인 것은 국회와 정부와의 관계다.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무조건 추종하는 게 아니라 견제해야 하는데 이것을 착각하고 있다. 대통령을 무조건 지원해줘야 한다면 박정희 유신체제와 뭐가 다르냐."
- 특히 젊은 개혁성향 의원들 가운데 적지않은 사람들이 파병 불가피론을 주장하거나 침묵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국회의원이 재선, 삼선을 하고 입각하는 것보다 자기 삶을 부정하지 않는 일관성을 지키는 게 더 소중하다고 본다. 자꾸 한미동맹을 강조하는데, 한미동맹은 노무현 후보보다 이회창 후보가 더 잘한다. 김용갑 의원이 미국 집권세력으로부터 더 신뢰를 받는다. 그것을 하려고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찍어준 게 아니지 않느냐. 이는 대선과 총선의 민의에 어긋나고, 어떻게 보면 자기 배반의 역사로 거침없이 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기남 의장의 변형된 숭미사대 논리, 분단국가 정치인으로서 철학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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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 신기남 의장의 논리 가운데 하나가 '미국은 우리나라의 혈맹이자 유일한 동맹국이다', '국익을 지키는 것이 자주인데, 지금 한미동맹 강화만큼 우선하는 국익이 어디 있겠냐'는 것이다."결국 변형된 숭미사대 논리다. 중공군도 세계전략 일환으로 6.25 전쟁에 참전했지만 전쟁 이후 북한에게 '도와줬으니 말 잘 들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고, (강요했다 하더라도) 북한이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청일전쟁 당시에도 일본이 '조선왕조를 지켜줬다'고 했는데 그게 우리나라를 지켜준 것이라고 이해해도 되나. 외국군은 어디까지나 외국군인데,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안간다. 그런 발상의 뿌리가, 우리가 집권하면 안된다고 했던 이회창씨의 논리와 차이가 없다고 본다."
- 신기남 의장은 국내에 와서도 '대외용 발언이라고 자꾸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데 국내에서도 말을 바꾸지 않겠다'고 못박았는데."다른 건 몰라도, (방미 중에) 가족사를 얘기하면서 부친이 빨치산 토벌대장이었다고 했는데, 그게 분단국가 정치인에게 자랑거리인가. 토벌한 사람이나 토벌 당한 사람이나 모두 가슴 아픈 역사의 희생자라고 생각해야지, (부친이) 토벌대장을 했다는 게 무슨 자랑이냐. 분단국가 정치인으로서의 철학 없이…. 납득이 안 간다."
- 개혁당을 같이 했고, 개혁 성향 인사 1순위로 꼽혔던 유시민 의원이 추가 파병에 침묵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내가 유 의원과 직접 얘기를 해봤는데 적극적 찬성도 아니고 고뇌를 하더라. '전략적 모호성'인 것 같은데, 나처럼 적극적으로 반대에 나서지 않아 오해를 받는 것 같다. 유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정책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지를 하고있지 않나. 사실 노 대통령의 개혁과제가 걸림돌 없이 나가면 '경호할 사람 많이 있으니까, 유 의원은 2선에서 머무르라'고 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 행정수도 이전 문제나 언론개혁 등 개혁과제들이 저항을 받고있지 않나. 그런 면에서 유 의원의 태도를 충분히 이해한다."
-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의원들이 정부쪽 입장을 엄호하면서 파병찬성 쪽으로 먼저 기울었는데."노 대통령이 청와대 만찬에서 의원들에게 '각자 역할에 따라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이해해달라'고 했는데, 그 표현 안에 대통령의 고뇌가 녹아있다고 본다. 내가 저 위치에 있을 때 지금의 입장을 계속할 수 있는지, 나에게도 반문해보곤 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 분명히 국회의원이고, 노 대통령하고 아무리 친해도 어쨌든 입장이 틀리지 않나. 나는 국회의원으로서 내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 뿐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안은 전 당원 표결로 결정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대통령도 결과를 수용하고 열린우리당 소속 전체 의원도 그걸 수용할 수 있지 않느냐. 지금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의 절대 다수가 파병 반대론을 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게 국제적으로도 '윈-윈'이라고 본다. 대통령이 (투표) 과정에서 파병찬성 입장 표명하고, 당원들은 이를 '노'하는 긴장감 있는 그런 절차를 거치면 누가 그런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겠나."
"이라크 파병 찬반은 전당원 투표로 당론을 결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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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
- 최근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한나라당보다 뒤쳐졌다. 열린우리당의 위기의 원인을 어떻게 보나."국민들과 괴리를 갖고있는 당의 노선 때문이다. 국민들이 '니들 배불렀구나, 배에 기름기 꼈다, 기득권 편입 유혹에 들어가는구나' 그런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리 보수노선을 걸어도 영남권에서 박정희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하겠나. 절대 그렇지 않다. 반대로 우리 지지 기반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다. 지금 흩어진 지지 기반이 다시 돌아오겠는가 하는 걱정이 든다."
- 미국의 국익이 우리나라의 국익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보나."미국의 국익과 우리나라의 국익이 다를 수 있다. 동북아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의 틀이 생겼지 않나. '동북아 중심국가론'도 북한을 빼놓고는 불가능하다. 대륙간 실크로드나 시베리아 가스 수송을 하더라도 북한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반대로) 미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을 자신의 안보전략 틀에 예속시키고 동북아에서 영향력 발휘하려고 한다. 미국은 통일 한반도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불안해 한다."
- 그동안 국회에 윤리특위가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16대 국회에서도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발휘했다면 방탄국회라는 비판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원론적으로는 윤리특위는 의원들의 자격심사, 윤리심사, 징계권을 갖는데 한번도 제대로 작동이 안됐다. 문제는 여야가 합의해서 안건을 상정해야만 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3개월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소멸한다. 이 부분에 대해 국회법을 손질해야 한다.
이번에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도 윤리특위에 자동 상정돼 논의된 결과를 국회에 본회의 보고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이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은 의회의 윤리특위가 막강해서 자정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회 윤리특위의 활성화 방안이 국회개혁, 정치개혁과 직결되기 때문에 정개특위와 개혁경쟁을 할 것이다. 공청회를 열어 제도적 보완을 하고 잠자는 윤리특위를 깨워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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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오마이뉴스 이종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