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교사 1만6천여명 파병철회 선언, 교육부 "엄중처벌"

교육부 "실정법위반 처벌", 전교조 "지금이 독재시대냐"

 

2004-07-13 오후 1:47:40

 

  1만6천6백여명의 교사들이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정신과 평화를 교육해야하는 교사의 양심에 따라 이라크 파병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공무원집단행동금지 규정에 벗어났다며 징계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 1만6천6백38명, 파병재검토 시국선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원영만)은 13일 오전 영등포 전교조 회의실에서 '이라크 추가파병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번 시국선언은 전교조가 지난 6일부터 전국 초·중·고 교사 대상으로 실시한 서명운동에 전국 학교 1천8백56개, 교사 1만6천6백38명의 동참으로 성사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3일 오전 이라크파병전면재검토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프레시안


  

 

전교조는 시국선언문에서 "위정자들은 정의롭지 못한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타인에 대한 증오와 폭력을 합리화했다"며 "대다수 민중들은 자신과 무관한 전쟁에 끌려들어가 처절한 고통과 생명의 위협을 강요당해 왔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이어 이라크 전쟁관련 "미국이 내걸었던 '대량살상무기'와 '테러배후지원'의 증거가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명분이 사라진 전쟁터에는 오로지 추악한 국가 이기주의와 패권주의만이 난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교조는 또 "이라크 추가 파병은 침략전쟁을 금지한 우리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정부 파병논리인 '국익론'에 대해서도 "정의롭지 못한 전쟁에 가담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추악한 국가주의'를 달리 일컫는 말이다"고 비판했다. 또 '동맹국과의 신뢰'를 지켜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미국의 패권에 기대어 우리 민중을 전쟁터로 내모는 '죽음의 행진곡'에 다름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교조는 변화된 상황에서 파병재검토 촉구는 정당한 요구임을 재차 강조했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미 CIA 정보조작을 인정한 미 상원의 보고발표, 파병철회결정에 의한 인질석방을 이뤄낸 필리핀 사례 등은 이라크 전쟁과 한국군 추가파병에 대한 근본적 방향전환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에 크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여전히 한-미동맹과 국익 재론하며 추가파병을 정당화 한다면, 이라크에는 결국 우리 병사들만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실정법위반 처벌", 전교조 "지금이 독재정권시대냐?"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 원 위원장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정신에 기초한 전교조의 파병재검토 시국선언은 정당하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서명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방침을 반박했다. ⓒ프레시안


  이같은 전교조의 '파병재검토 시국선언'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시국선언에 서명한 교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13일 "전교조의 교사 시국선언이 집단행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했기 때문에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것"이라며 "가담 정도에 따라 징계 등의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전교조는 '과도한 법률적용'이라며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이다.
  
  차상철 전교조 사무처장은 "20여년 전에는 공무원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법적 제재가 가해졌지만 그 이후로는 법원에서 공무원들의 시국선언에 대해 법적 처벌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시국선언은 평화를 교육해야 하는 교사의 양심과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정신에 기초로 진행된 만큼 교육부의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도 "교사로서의 기본 임무를 방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주장마저도 정부 당국이 봉쇄한다면 이는 독재정권과 다름없다"며 반박했다.
  
  "교육부가 나서서 테러와 납치를 기정사실화하나"
  
  한편 이날 전교조 기자회견에서는 12일 전국 초·중·고교에 배포된 이라크 관련 교육부 교육지도자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차상철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자국민의 테러와 납치를 기정사실화하고 그 대응방법을 설명한 (교육부) 지도자료는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차 사무처장은 이어 "전교조는 7차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계기수업실시지침'에 따라 이라크 전쟁 관련해 반전·평화의 내용이 담긴 훈화자료를 일선 학교에 배포한 바가 있다"며 "이를 두고 '편향됐다'는 주장은 오로지 파병론자의 눈에서만 그러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 12일 전교조가 배포한 '반전-평화 훈화자료'가 편향된 측면이 있다며 일선 초·중·고교에 '테러범들에게 억류·납치됐을 때 행동수칙' 등이 담긴 교과서 보완 지도자료를 작성 배포했다.

   
 
  김경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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