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이크! 벌써 날짜가 하루 지났군요), 아니 그저께, 영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후배가 오랫만에 귀국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하버마스 연구자, 또는 소위 비판이론 제 3세대에 속해 있는 연구자인 피터 듀스Peter Dews 교수의 지도로 하버마스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인데, 논문 마무리가 잘 안돼서, 머리도 식히고 조언도 구하고 할겸 해서 2주 정도 일정으로 귀국했다고 하더군요.

박사논문 주제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영국에서의 생활 이야기, 가족 이야기(부인과 딸 해서 3식구가 영국에 살고 있지요. 그의 부인 역시 제 후배인데, 국내에서 스피노자로 석사 논문으로 써서, 개인적으로는 그 친구보다 훨씬 더 가까운 사이입니다.) 등을 나누느라고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2-3시간 가량 이야기하다가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이야기를 계속 하던 도중, 이번에는 화제가 파병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그 친구 역시 저만큼이나 파병에 분노하고 있었고, 영국에서도 파병철회를 위해 인터넷에 여기저기 글을 쓰면서 사람들을 독려하기 위해 꽤 애를 썼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날 마침 영국에서 추가파병을 철회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신문에 보도되어, 영국의 사정은 어떤지 물어봤습니다. 그 친구 이야기로는 단지 추가파병을 철회하기로 한 것만이 아니라, 현재 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영국군 전체의 철수 일정을 블레어가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하더군요. 계속 되는 영국 사람들의 파병철회 집회와 여론 조사 지지도 하락, 선거에서의 패배 등 때문에 결국 블레어가 견뎌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김선일 씨 피랍 사건이 보도되고 그 이후 얼마 안 있어 결국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의 영국 친구들이 그에게 했다는 말을 제게 전해주더군요.

"너희 대통령 극우파니?"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걸 모를까요?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그런가? ...

그 친구나 저나 모두 이 이야기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고, 파병은 미친 짓이라는 데 흔쾌히 동의를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7월 3일 시청에서 다시 만나 함께 파병철회 구호를 외치기로 했습니다. 오랫만에 귀국해서 여기저기 들를 데도 많고 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집회 참석에 동의해준 후배한테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이제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겠지만, 파병철회는 어떻게든 막아야 할 야만적인 행위이고, 국가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기어이 파병을 강행하겠다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국제적인 인권 연대의 이름으로, 파병을 강행하는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겠지요. 이 싸움 자체는 분명히 한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전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힘냅시다!

노무현은 파병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라!! 

미국은 이라크에서 즉각 철수하라!! 

내가 김선일이다! 먼저 나를 죽이고 파병하라!! 

진상은폐 파병강행, 노무현 정권 퇴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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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4-07-03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럴 수 있죠. 하지만 그렇게 얘기하기 전에 영국놈들은 블레어가 극우파라고 먼저 얘기해야지요. 나라마다 입장이 다르지 않습니까? 영국이 한반도 긴장 위기 같은 게 있습니까? 그런 것도 없으면서 미친 짓 다했지 않습니까?

balmas 2004-07-03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렇지요. 블레어보고 <부시의 푸들>이라고 하는 게 아마 그런 뜻이겠지요.
사태의 심각성에 비하면 너무 안이한 조롱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Sunshine 2004-07-0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배분이 박사과정에 계시는 분이니까 우리나라에서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얘기하는 영국"사람"도 물론 상당히 비판적이고 또 실천적일 수 있는 지식인이겠죠.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반도의 현안과 세계평화를 위해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 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고 부쉬편에 서서 애초부터 이 전쟁을 시작한 한 때의 "대영제국"의 사람들이 과연 우리 대통령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요? (절대로 "Nationalism"테두리에서, 서양근대의 민족국가범위내에서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과 정치권의 결정에 대해 동의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먼저 블레어와 "영국"의 도덕성을 걱정해야 할 것입니다. balmas님 서재에서 좋은 것 많이 배우고 갑니다. 하지만, 여름아이님께서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영국사람들의 멘트에 대해서 그리 기분이 좋지는 않네요. 이만 물러갑니다.

balmas 2004-07-0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후배를 만나면, 두 분이 하신 이야기를 그대로 전해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