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미군, 지난 10일 피랍 사실 김사장에 통보"
이라크 교민 주장, "김천호는 공습날자도 알고 있는 미군통"
미군측이 지난 10일 김선일씨 피랍사실을 김천호 사장에게 알려줬고, 김선일씨와 함께 납치됐던 이라크인 운전기사는 납치 3일뒤 풀려나 현재 생존해있다는 교민의 진술이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곧 귀국하겠다던 김천호 사장은 입장을 바꿔, 귀국을 늦추기로 하고 연락을 차단해 '은폐 의혹'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교민 기업인, “미군, 지난 10일 납치사실 김사장에 통보”
서울신문의 28일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교민 기업인 A씨가 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6월 10일쯤 미군측이 김씨가 과격 무장단체로 넘겨졌다는 사실을 김천호 사장에게 알려줬으나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함구령을 내린 채 독자적 구출 노력에 매달렸으며 결국 일을 그르쳤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미군의 모든 정보는 미군 임시행정처(CPA)가 주관한다”며 “거기가 아니면 이런 정보를 어떻게 알겠는가”라며 미군측은 이미 피랍 사실을 진즉에 알고 있었음을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A씨는 “김천호 사장의 미국쪽 채널이 상부에 다 보고했을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며 “미군은 좋은 일도 하지만, 전쟁 중에 복잡한 사안을 덮어두는 경향이 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군 사전 인지 여부 논란, 다시 촉발
하지만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CPA 내 정보 주무부서는 피랍사실을 김씨가 살해되기전 상당기간 전에 미리 알았다는 것이 돼 미군 사전 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군측 인지여부는 당초 김사장의 진술로 인해 촉발됐었다. 김 사장은 최초 인터뷰에서 “지난 17일경 미군측이 김씨 피랍사실을 통보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가 문제가 커지자 “지난 10일 미군 서비스 업체인 AFFES 측에 김선일씨 억류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며 미군측이 통보한 것은 아니라고 말을 바꿨었다.
하지만 가나무역 원청업체인 AFFES(The Army and Air Force Exchange Service: 미국 육.공군 복지기관)는 이상회 의장이 미군 현역 장성이고 이사회 핵심멤버 다수가 미군 현역 및 정부고위직 인사이며, 직원 4만7천여명 가운데 1천명이 현역장병인 등 사실상 미군 기관이다.
따라서 김사장의 타진은 바로 미군에의 보고 문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지적돼 미군측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측은 한국 정부에 이를 알렸는지 아니면 고의로 은폐했는지 여부도 또다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은 전혀 몰랐다는 뜻을 여러차례 전달해 왔다”고 설명해왔다.
“김사장, 미군으로부터 구체적 협조 받아, 공습날짜까지 알 정도”
이와 함께 김 사장의 신분에 대해서도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씨는 “김 사장은 평소 미군으로부터 많은 협조를 발고 있어 현지 공습 날짜까지 알고 있을 정도”라고 증언했다. A씨는 “김 사장은 미군이 언제 어디를 공격할 것이라는 예상정보까지 알 정도로 미군과 현지인에 대한 정보력이 뛰어났고, 대사관 등에서도 김 사장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신분과 관련해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지난 24일 “김천호씨는 정부측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으며 중요한 취재원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 이라크 한국 대사관과 김사장이 김선일씨 납치사건 수습문제를 비밀리에 협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김사장과 한국 정부와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김사장과 미군 및 미국 정부와의 커넥션 여부에도 강한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같이 납치됐던 이라크 운전기사는 풀려나 현재 생존”
한편 A씨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선일씨와 함께 피랍된 이라크인 운전기사가 6월 3일쯤 풀려났으나 ‘입을 열면 총살하겠다’는 무장단체 협박 때문에 은신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운전기사는 살아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김씨 살해 관련 정보 대부분을 가나무역 김사장 진술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이라크인 운전기사가 생존해있다면 김씨 피랍경위와 납치단체, 납치 목적 등 주요 사실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주목되고 있다.
A씨는 또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은 이 운전기사의 소재를 알고 있다”고 밝혀 오는 29일 출국하는 감사원 현지 조사단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사장은 계속 말을 바꿔 당분간 귀국이 어렵다는 뜻을 정부에 알려온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알려져 한층 은폐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4월부터 가나무역이 표적임이 구체적으로 경고돼와”
또 A씨는 “사건 발생 한달전인 4월부터 ‘미군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에게 금 10~20 kg의 현상금이 걸려있고 가나무역이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캠프 리브지로 가는 길에 팔루자 지역 말고 다른 루트로 우회해야 한다’고 주이라크 대사관과 가나무역 등에 경고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12월 한국 기업인 B씨가 10만~30만 달러를 주고 풀려난 일이 있을 정도로 현지에서 강도단체에 의한 피랍은 흔한 일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라크 대사관측은 “김천호 사장에게 수차례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고 밝히고 있지만 교민안전대책에 얼마나 정부가 소홀했는지 다시 한번 충격을 주고 있다.
A씨는 아울러 “지금 팔루자 지역에선 ‘알리바바’(금품을 노린 무장강도)들이 미군체 협력하는외국인을 대상으로 납치를 노리고 있고 가나무역과 한국 경호업체들이 그 타깃”이라며 “김씨 역시 ‘알리바바’들의 단순강도 집단에 납치됐으나 얼마되지 않아 과격, 무장단체로 넘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를 납치한 단체는 APTN 비디오 테이프만 보더라도 자신들이 가장 적대시하는 미국에 김선일씨가 협조하는 일을 하는 것을 알았다”며 “거기에다 18일 한국이 추가파병을 발표했는데 이 모든 것이 김씨가 과격 무장단체로 넘겨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 형, 카타르 대사관에 알자지라 방송전 미리 통보”
한편 카타르 대사관측은 김씨 피랍사실을 알자지라 방송 이전에 미리 알고 있었다는 진술도 또다시 나왔다. 카타르 대사관은 여전히 “알자지라가 방송을 하기 전 방송사측이 사실을 미리 알려줘 본부에 통보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많은 교민들은 “카타르 대사관측에 신고가 들어갔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이다.
A씨도 이와 관련해 “김천호 사장의 형 김비호씨가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하기 3시간전에 카타르 대사관측에 ‘우리 직원이 실종됐다’고 신고했다”고 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한국 외교부는 알자지라 방송이 나가기 전에 미리 알게 된 것이 된다. 그런데도 외교부가 사실을 부인한다면 이는 은폐라고 할 수 있으며 아니면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