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그 모든 능동적인 시민들께 부탁드립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현재의 촛불집회는 분명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분노와 현 정치권 전체의 무책임함을 심판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투쟁을 가로막고 잠재우고 관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행동은 이 싸움을 밑도 끝도 없으며 아무런 뚜렷한 정치적 목표도 갖고 있지 않은 '노무현 정권 퇴진 없는 단순 반미' 투쟁으로 가두어 버림으로써 대중들이 스스로 자포자기하고 자신의 분노를 삭힐 때까지 기다리는 기회주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고 김선일 씨의 죽음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미국 나쁜 놈들'이라는 감정 뿐입니까? 미국의 침략전쟁에 대한 규탄은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나 고 김선일 씨의 죽음은 단지 미국의 문제일 뿐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시민들의 뜻에 반하여 파병결정을 내릴 수 있고, 또 '사람 하나 잡혀갔다고 파병철회할 수는 없다'는 유시민의 망발에서 볼 수 있듯, 시민의 생명을 한갖 국가를 위한 '수단'으로 밖에 여기지 못하는, 아니 그렇게 여기도록 만드는 이 한국의 썩어빠진 비민주적인 정치체제 때문 아니겠습니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따라서 단순한 감정의 배설이 아닙니다. 심지어 슬픔의 감정조차 만일 그것이 영화관에서 슬픈 영화를 보고 흘리는 눈물의 카타르시스에 불과하다면, 우리는 그 눈물을 결코 흘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눈물을 흘리기 보다는 '노무현 이것은 당신의 실수다.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하라!'라고 절규했던 김선일 씨의 유언을 지금 이 자리에 곧이 곧대로(!) 조금의 유보도 없이(!)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실현하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할 일입니다.

따라서 여전히 문제는 '더 많은 민주주의'입니다. 민주주의란 무엇입니까? 그것은 시민들 스스로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시민들의 존엄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국가를 세우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을 경멸한다는 가슴아픈 소식이 들려옵니다.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이고 생명을 전혀 존중할줄 모르는 국가가 다 있단 말인가 라고 말입니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책임입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정부가 시민들을 두려워 하지 않고 지멋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놔둔 우리들 자신의 책임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왜냐하면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한 것은 단지 권력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시민들 자신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민주주의를 국가에 강제했다면, 지금 고 김선일 씨의 죽음과 같은 끔찍한 죽음,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토록 가슴속을 난도질하는 죽음은 쉽게 일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저 파병정권 살인정권 무능정권 전범정권 노무현 정권을 퇴진시키기 위한 투쟁에 떨쳐 일어서야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시민들의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저 배은망덕한, 인륜을 저버린 노무현 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새로운 민주정부를 세워나가야 할 때입니다. 그 민주정부 안에서 우리들이 실현해야 할 가치들 또한 바로 '더 많은 민주주의'의 가치들입니다.

침략전쟁은 해서도 안되며 그것에 협조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법적으로 명시할 뿐 아니라, 만일 그런 일을 국가와 국가의 정치인들이 저지를 경우, 시민의 이름으로 그런 정치인들을 즉각 소환하여 해임할 수 있도록 헌법을 뜯어 고쳐야 합니다. 시민들이 원하는 제도가 있을 때, 그것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도록 급진적인 시민발의권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대표자들은
있을테지만, 그 대표자들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으며 그들이 만든 법률과 제도들이 시민들의 뜻에 어긋날 경우 시민의 이름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또 비정규직을 철폐시키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자리와 노동권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그런 국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가 자신이 산출한 최저생계비에도 턱도 없이 못미치는 최저임금을 받고 살라고 강요하는 말도 안되는 제도들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합니다. 초민족적인 금융 투기꾼들이 이 나라 전체를 쥐고 흔들 수 없도록, 이들이 진정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투기를 할 때는 그 때마다 세금을 엄청나게 부과할 수 있는 토빈세를 만들어야 합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수입의 대부분을 고스란히 건물주들에게 갖다 바쳐야 되며, 치솟는 집세에 허덕이게 만들며, 집세를 벌기 위해 자신의 아이들을 집에 가두고 몇개의 일자리를 쫓아 하루종일 뛰어 다니게 만들다 사고가 생기면 무책임한 부모라고 손가락질 해대는 이 썩어빠진 부동산 현실을 완전히 갈아 엎을 수 있는 특단의 정책들을 실현해야만 합니다.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와서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온갖 고된 일을 그토록 저임금으로 그토록 극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몇년 동안을 해왔는데, 고마워하기는 커녕 적반하장으로 당장 나가라고 인간사냥을 하고 강제추방을 하는 이 말도 안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주노동자들의 '영주권' 및 더 나아가 '시민권'을 이주노동자들 자신의 대표자들과 함께 서로 논의하고 협조하고 제도화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열어내야만 합니다.

해야할 일들은 산적해 있고 끝이 없이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더 많은 민주주의'란 항상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민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첫단추를 제대로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노무현 정권의 퇴진을 주장해야 합니다. 고 김선일 씨의 죽음을 이대로 헛되이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이 땅의 그 모든 능동적인 시민들께 부탁드립니다. 파병정권 노무현정권의 퇴진과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떨쳐 일어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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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8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오늘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과정입니다. 오늘 우리가 나서서 싸우는 과정이 한국의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데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바로 민주주의의 확대이고 시민의 역량의 강화입니다.
자기들 멋대로 정책을 결정하고 국민들, 시민들을 호도할 수 없다는 것을 저들에게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오늘 비록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바를 달성하지 못한다 해도, 사실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저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나오셔서 즐겁게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고, 옆의 사람들과 어깨를 걸고 행진하십시오. 그 자체만으로도 저들은 큰 타격을 입고 우리들은 한 발 더 전진할 수 있습니다.

philliee 2004-06-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말고도 토요일 집회에서 분통터졌던 분들 많이 계시군요. 몇가지 반성하겠습니다. 저희는 주최측의 구호를 노무현퇴진구호로 바꿔서 외쳤지만 전체 목소리에 묻혀버렸습니다. 독자적으로 대중들의 다양한 외침이 터져나오도록 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주장을 담은 피켓을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주최측의 깃발,피켓 내려주세요 등의 요청에 응해서는 안될것입니다. 시민발언시간에도 다른 목소리를 가진 분들이 참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처 준비되지않은채로 집회에 참가했던 잘못을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조직적인 준비가 필요할것입니다. 그것이 어떤 단위이던 자기가 속한 집단내에서 사전에 토론과 준비가 있어야만 주최측의 자기검열을 뚫고 대중들의 의지를 표현하고 또 고양시키는 집회를 만들수있을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