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천 만개 모여도 이런 식이면 파병철회 못한다"

책임져라 하지만 노무현 책임 묻지 않는 촛불 집회
1만여 참가자는 사라지고 500학생들만 청와대 진출 시도
용오 기자



[2신:밤 11시30분]'노무현을 찍은 이 손을 자르고 싶다'
1만여 참가자는 사라지고 500학생들만 청와대 진출 시도

밤 10시 20분경 추모 대회가 끝난 후 정리가 한참인 무대 앞으로 와 한 학생이 옷에 피를 묻힌 채 무대의 사회자를 향해 "노사모는 집에가라! 오늘 주최측은 노무현의 시다바리인가? 주최측을 규탄한다"고 구호를 외쳤다. 한 여성 참가자 역시 " 학생들이 다쳤는데 이대로 집회를 끝낼 수 있냐?"며 무대 아래에서 사회자를 향해 거세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호를 외치며 무대위를 향해 항의하던 방통대 학생(24) 이주완씨는 자신이 구호를 외친 이유가 "추모대회가 끝날 즈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경과 몸싸움이 붙었고 이 과정에서 8명의 학생이 연행되거나 다쳤다"고 말했다.

이씨는 "주최측이 민중의 분노를 촛불하나로 잠재우려 하는 지극히 개량적인 방법으로 이 투쟁을 정리하려 합니다. 우리는 주최측이 동원한 노사모 이중대가 아닙니다. 우리를 한낱 방청객으로 만들지 마라. 진짜 살인자인 노무현을 퇴진시키고 청와대로 가자"고 외쳤다.

"저희는 더 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을 조직하기 위해 과격한 행동은 참으라고만 하는데 오히려 주최측은 조직적으로 온 학생들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국민행동은 절대 노무현 퇴진 구호를 외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눈물은 첫째 날 다 흘렸습니다. 눈물을 넘어 분노하고 분노를 넘어 투쟁해야합니다. 그런데 국민행동은 '너희는 눈물만 흘려라'고 합니다. 눈물만 흘리다 저 같은 젊은이들은 다 죽으로 가야 합니까? 전 이렇게 죽을 수는 없습니다"

이주완씨가 주최측에 항의하는 사이 시간은 10시 30분경이 되었고 전국학생연대회의, 전국학생행동연대, 고려대, 경희대 총학등이 주축이 된 학생들 500여명은 청와대로 가기 위해 경찰의 방패 앞으로 다가갔고 학생과 경찰사이 대치가 시작되었다.



학생들 뒤에서 지켜보던 학생 한가람(23세, 서울대)씨는 학생들의 청와대 진출시도에 대해 "정권 일부분의 책임만 강조하고 추모행사로만 와서는 문제가 있다. 학생들은 이 책임을 노무현 대통령에 있다고 분명히 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학생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진격을 시도하자 행사장 대형 스피커에서는 "공식일정은 완전히 끝났습니다. 쓰레기는 잘 처리해 주십시요"라는 방송이 나왔다. 김선일씨의 영정이 놓인 무대 왼쪽 옆 분향소 앞으로 나아가려는 학생들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사이에 간헐적인 몸싸움과 욕설이 오고 갔다. 다시 한번 스피커에서는 "음향도 정리하려고 합니다"라는 멘트가 나왔다.

촛불행사를 돕기 위해 참가한 한 자원봉사자는 경찰과 몸싸움을 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학생들을 만류하며 "왜 주최측의 말을 들어주지 않느냐"며 학생들에게 "우리도 노사모가 모인만큼 모여야 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전경과 싸우면 방송에 다나간다. 방송으로 몸싸움하는 모습이 나가면 국민들이 맨날 데모한다고 촛불집회에 오지 않는다"며 학생들에게 항의했다.

학생들의 진출시도를 바라보던 한 시민이 격분하며 경찰을 향해 항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천시 말단공무원 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병열씨(39)는 경찰에게 학생들을 막지 말라며 "내가 노무현을 찍은 이 손을 자르고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지난 대선 때도 노무현을 찍고 총선 때도 열린우리당을 찍었습니다. 노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도 거리로 나왔는데... 저는 이래 갖고는 안 된다고 봅니다. 돌멩이도 나오고 쇠파이프라도 들고 나와 싸워야 합니다. 이렇게 백 만개 천 만개 촛불이 모이면 뭐합니까? 촛불시위 끝나고 그냥 흩어져 무슨 음악 콘서트에 온 것도 아니고"

이씨는 자신은 노사모 회원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회창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노대통령을 찍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기대를 버렸다고 밝혔다. "수많은 사람이 그를 지지해 줬는데 이건 아닙니다. 정말 재대로 해야하는데 분양가 원가 공개 문제나 파병문제를 보십시요. 재대로 된 게 없습니다. 김선일씨 죽음의 책임을 노무현에게 물어야 합니다"

노대통령의 책임을 어떻게 물어야 합니까? "퇴진도 아니고 탄핵해야 합니다. 스스로 하야 하던지"

밤 11시 10분경 학생들이 도로상에서 정리집회 등을 하고 마무리 분위기를 보이자 경찰은 방패로 학생들을 인도로 전원 밀어내 버렸다. 또한 학생들이 대치하고 있던 뒤쪽에서는 민주노동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진출을 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움 많은 촛불집회,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되어야
이날 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추모제와 문화행사로만 이어졌다. 아침이슬, 광야에서, 솔아솔아 등의 추모가가 이어졌고 사회자는 "살려내라, 살려내라"만 연신 외쳤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가 외쳐졌지만 주최측이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인천에서 올라온 이진숙씨(32세)는 "첫날에도 촛불행사에 왔는데 추모는 첫날 충분히 했다"면서 "촛불시위가 너무 힘도 없고 너무 수동적이다. 과연 파병철회를 어떻게 할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금 파병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어떤 투쟁을 할 것인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민언련 최민희 사무총장의 탄핵 얘기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탄핵 무효를 외쳤던 그 사람들 스스로 노무현을 판단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래서 추모 일색인 것 같다,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노무현 대통령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전혀 못 내고 있다"

강북 미아동에서 온 이모씨(35세)는 "우리가 이뤄야 할 파병철회에 비해서 너무 자족적인 행사"라고 말하고 "이 행사 자체가 실질적인 압박이 되어야 하고 투쟁 계획이 되어야 한다. 촛불이 파병철회 투쟁을 결의하는 행사가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방향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갑갑함을 드러냈다. 그는 또 "촛불집회가 너무 행사를 치루는 것 중심"이라면서 "가령 청와대로 간다던가 이런 것도 좀 열어놓고 논의하고 실질적인 투쟁에 대한 자유 발언 등을 시켰으면 좋겠다. 행동을 제안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는데 행사만 치루고 끝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1신: 밤 9시] 1만여 촛불 모여 파병철회요구
26일 밤 9시, 광화문에는 1만여 명의 민중들이 모여서 이라크 파병철회와 고 김선일 씨를 추모하는 범국민 추모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이날 추모대회는 김선일 씨의 죽음을 애도하고 무모한 추가파병 강행으로 김선일 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피랍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고 있는 정부와 미국을 비판하며 진상 공개를 요구하는 대회다. 또한 제2, 제3의 김선일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한 유일한 길은 파병철회라는 것을 분명히 선포하고 범국민적인 파병철회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저녁 7시 30분부터 시작된 1부 추도식은 김선일 씨의 마지막 유언과 이메일 내용을 낭독하고 사회단체 원로들의 분향과 함께 시작되었다. 민족문화작가회의 손세실리아 씨는 김선일 씨에 대한 추모시를 낭독했다.

살려달라, 제발!/그리고 기다렸다는 듯/그대의 살가운 전자우편이 부고장처럼 날아들었다/주인잃은 6월의 오렌지 빛 슬픈 휴가와 함께/그대의 죽음을 팔아 모국어로 씌여질/모든 시어들에 헌화하며/더 이상 눈앞에 탱크와 전쟁을 시로 쓰고 싶지 않다던/자카리아 모하메드의 고백을 훔친다

이어 연단에 오른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나라의 이익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것은 누구의 이익인가. 노무현 정권에게 묻는다. 나라의 이익을 빙자해 자기 정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은 나라의 이익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민중을 죽이고 그 이익을 가져와 뭘하자는 건가. 언제까지 미국의 쫄병 노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저지르는 추악한 전쟁에 동참하면서 세계질서 편입을 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미 파병한 나라조차 제 나라로 가는 판에 무슨 대단한 약속이라고 그 나라에 가야 하는가. 정부 논리 중에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다. 미국의 패권에 굴복하는 노대통령은 국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고 망발을 멈춰라“고 노무현 정권을 규탄했다.

두 번째 추도사에 나온 라핵집 목사는 “정부가 추가 파병으로 수많은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절대 젊은이들을 보내서는 안 된다. 제2, 제3의 선일이가 나오지 않도록 이 땅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자”고 호소했다.


1부 추모제를 마치고 저녁 8시 경부터는, 참가자들의 ‘광야에서’ 합창으로 2부 추모문화행사가 시작되었다. 문화행사를 시작하기 위해 올라온 사회자는 참가자들을 에워싸고 있는 경찰들에게 “이렇게 자리를 막고 서 있는 것은 망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시민들이 더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경찰이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끝내 물러서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경찰은 물러가라‘고 외친 후, 2부 추모문화행사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살려내라, 살려내라, 김선일을 살려내라“고 외쳤다.

2부 첫 번째 추모사에 나선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파병을 감행하면 인질을 죽이겠다는 데도 강행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참담하고 혼란스럽다"면서 "이것이 이 나라 대통령의 모습이다. 모든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서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의원은 또 "장관 몇 명 바꾸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3천명의 추가파병을 요구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데, 한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그러나 그것으로는 김선일의 마지막 유언을 지킬 수 없다. 김선일의 죽음을 그렇게 헛되이 할 수 없다. 우리는 반드시 이라크 전쟁을 막아야 한다. 추가파병을 한명도 보내서는 안 된다. 모든 군인을 철수시켜야하며 이라크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은 “백만의 촛불로 탄핵을 막았다면 파병을 막기 위해서는 200만, 300만의 촛불이 필요하다"며 "여기에 오신 노사모 국민의 힘 동지여러분, 여러분이 패닉 상태인 것을 잘 안다. 이 자리에 오면 노무현이 욕먹는 줄 알고 온 것 잘 안다. 그러나 파병철회가 노무현을 살리는 길이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의 70%가 운동권 출신인데 파병철회를 당론으로 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김선일 씨의 후배인 한국외국어대 학생도 무대에 올랐다. “제가 다니던 교정의 모든 것들이 선배님의 손때가 묻어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선배님의 죽음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며 "정부는 왜 그렇게 파병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파병을 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힘들어 진다고 하는데, 사람 목숨을 팔아서 경제가 발전하면 뭐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서 서울대학교 홍상욱 총학생회장이 단상에 올랐다. 홍상욱 총학생회장은 다음 주 월요일 12시부터 학교에서 삼보일배를 시작해 국회에 도착한 후, 국회에서 파병철회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 30일에는 광화문 촛불시위 장소에 도착해 노대통령에게 편지를 써서 청와대까지 노대통령을 만나러 가겠다고 밝혔다

가수 안치환 씨는 파병반대의 의지를 밝히고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부르며 김선일 씨를 추모했다.

이날 추모행사는 추모영상과 상징 의식들을 마치고, 김선일의 한을 푸는 일은 파병을 막아내는 것이며 여기에 온 국민이 나서자고 대국민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이날 범국민추모대회는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 동경과 미국 뉴욕, 로스엔젤레스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일본에서는 자위대 철수와 한국군 파병철회, 동북아 평화 군축을 구호로 시위를 벌였으며 미국에서도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2004년06월26일 22:34:37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balmas 2004-06-2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어제 [파병반대국민행동]의 기만적인 태도는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청와대와 입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촛불집회를 추모와 문화행사로 이끌어가려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마지막 사회자가 외친 구호는 그야말로 걸작입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 우리를 살려주세요!"이게 파병철회 집회 사회자라는 사람이 내뱉은 구호입니다.
이런 식으로 허튼 수작을 계속 한다면, [파병반대국민행동] 측은 노무현 정부의 꼭두각시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MANN 2004-06-28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군장갑차살인사건 때 촛불집회가 '추모'로 시작했던 게 기억나는데... 여전히 촛불집회는 '추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촛불'의 이미지도 좀 그렇고 말이지요. 적극적으로 파병철회와 노무현 정권 퇴진을 외치는 집회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촛불집회를 그렇게 바꾸든지...

지난 탄핵 사건 때 전국학생연대회의 같은 학생운동진영에서 탄핵을 한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그렇다고 노무현을 대통령 자리에 돌려놓는 것을 목표로 하는 탄핵반대도 영 탐탁치 않고, 노무현을 의회가 아니라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던 게 기억나네요. 지금이 또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은데, 파병반대국민행동의 행보는 영 아니더군요ㅡ

balmas 2004-06-28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로운 투쟁방식을 모색하는 움직임들이 있으니까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
오늘(월) 집회를 한번 기다려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