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트로츠키스트가 본 김선일 살해 사건 
"김선일 살해는 미 제국주의에 대한 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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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그레이  『세계사회주의 웹사이트』편집자

출처  『세계사회주의 웹사이트』(wsws.org)

게시일 : 6월 23일



이슬람 지하드 테러리스트들은 최근 5일 동안 인질 두 명을 참수했다. 알
카에다 관련 조직으로 자처하는, 이런 집단들의 본성이 사실은 얼마나 반
동적인지를 알려주는 더러운 행위였다.

6월 18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참수된 폴 존슨(미국 록히드마틴사 아파치
헬기 기술자)과 이라크에서 살해된 김선일 사건(6월 22일)은 공통점을 가
지고 있다. 바로 자비를 호소했던 희생자 가족들 뿐 아니라 남한과 미국
의 보통 사람 수백만 명의 감정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강행되었다는 것이
다. 특히 이 보통 사람들은 호전적인 부시 집단이 중동에 가하고 있는 억
압과 폭력이 종식되기를 갈망하면서 자기네 정부의 군사정책에 항의하고
있는 중이었다.

"김선일 살해는 미 제국주의에 대한 부역"

존슨은 미국의 군수산업체인 록히드마틴 소속으로 사우디 왕가를 위한 아
파치 헬리콥터 기술자로 일하고 있었다. 김선일은 미군에 대한 군납업체
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코 이런 사실들로 살인자들의 끔찍하고 잔
혹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에서 살인자들은 참
수가 남한과 미국의 전체 인민에 대한 보복이라고 선언했다. 그들은 대중
과 이들을 억압하는 지배 엘리트를 구별하지도 않았다.

아부 무사브 알-자카위가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유일신과 성전'이 33세
의 젊은이를 팔루자에서 살해한 그날, 희생자의 조국인 남한 시민들은 정
부를 비난하면서 파병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살인자들은 아무렇게나 희생자를 골라 잔혹하게 살해하는 행위가 이라크
침략 등 미 제국주의의 범죄를 반대하는 세계적 대열에 혐오감과 혼란의
씨를 뿌리게 될 뿐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반제국주의 투쟁은 국제적
인 문제이다. 또한 이처럼 세계의 근로 대중을 소외시킨 상태에서 벌어지
는 행위는 단지 제국주의자들을 강화시켜 줄뿐이다.

또한 살인자들은 당시 부시 행정부가 엄청난 위기에 처해 있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아부 그레이브의 고문 사실이 폭로되고, 이라
크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한 부시 행정부의 주장들이 거짓으로 드러났으
며, 미군과 이라크인 사상자들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한편
김선일이 살해된 바로 그 날, 『워싱턴 포스트』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는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전쟁에 반대하고 있으며 부시의 지지율이 더욱 떨
어졌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살려 달라"는 김선일의 모습이
공중파를 탄 바로 다음 날, 한국의 젊은이는 참수당했다. 이는 '인류 문명
의 수호자'로 자처하고 싶었던 부시 행정부에 다시 사기를 칠 수 있는 기
회를 제공했을 뿐이다.

살인자들은 부시 행정부에게 직접적으로 정치적 서비스를 제공한 격이다.
이는 살해가 이루어진 장소와 타이밍에 의해 더욱 큰 효과를 발휘했다. 김
선일이 잔인하게 살해된 팔루자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중심지이다. 미군은
최근 팔루자를 집중적으로 폭격한 바 있으며, 이 과정에서 25명의 이라크
인들이 살해됐다. 워싱턴은 이 폭격을 알-자카위 지지자들의 '은신처'에
대한 '외과수술적 공격'이었다며 정당화시키고 있다. 살인자들은 이렇게
한편으로는 이라크 저항운동에 대한 세계 여론을 악화시키고, 다른 한편으
로는 미군의 팔루자 만행에 대한 비난을 잠재워 부시 행정부를 도와주었
다. 이렇게 알-자카위 그룹은 미군의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대중운동의
장애물로 등장하고 있다.

알-자카위가 국제 평화운동의 장애물로 등장한 사례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지난 2월, 시아파 이라크인들은
주로 수니파 지역에서 진행 중이었던 무장저항에 동참할 기미를 보이고 있
었다. 이때 알-자카위가 썼다는(미국 정부에 따르면) 편지가 공개되었는
데 그 내용은 수니파에게 시아파에 대항하는 내전을 일으키자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당시 부시 행정부는 이 편지를 근거로 미군의 점령이 이라크의
유혈 내전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일 카발라와 바그다드의 시이파 사원에서 자살폭탄 사건이 발
생, 수십 명의 신도가 살해당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 이 잔혹한 행위에 대
해 '자카위 네트워크'의 짓이라고 몰아 세웠다.

부시, 럼스펠드, 체니가 아부 그레이브의 고문 스캔들로 곤경에 처했던 지
난 5월 중순엔 두건을 쓴 테러리스트들(역시 자카위 관련자라고 자처하는)
이 닉 버그를 참수했다. 이 사건 역시 미 행정부에겐 '울고 싶은 데 뺨을
때려준' 격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매우 미심쩍고 지금까지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했다. 닉 버그는 미 당국에 의해 북부 이라크 지역
에 구금되어 있다가 4월 6일 풀려났다. 그는 석방 직후 바그다드로 여행
을 떠났다가 곧바로 살인자들의 손에 떨어진다. 미 당국의 구금에서 풀려
난 지 불과 72시간 후의 일이었다.

알-자카위 그룹과 폴 존슨을 살해한 자들(스스로 아라비아의 알카에다라
는)의 작태는 이런 조직들의 시각과 목표를 나타내고 있다. 록히드 피고용
인(폴 존슨)을 참수하고, 피로 얼룩진 머리의 이미지를 웹사이트에 공개
한 것은 사우디 정권 및 석유회사에 고용된 미국인 해외 체류자들을 위협
하기 위한 것이다. 그 목표는 사우디 정권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무
엇을 위한 것인가.

분명한 것은 살인자들의 목표가 사회혁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이
다. 오히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현재의 지배 엘리트를 다른 지배 엘리트
로 교체하는 것이다.

"알카에다의 목표는 민중해방이 아니라 아랍 지배권력의 교체"

미국의 군사, 정보 복합체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는 『스트래트포』(미국
의 국제정치 정보지)는 최근의 한 분석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카에다
관련 그룹들은 근본적으로 부르주아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
다. 「알카에다의 전략적 목표」 제하의 이 기사는 이 그룹의 목표가 "족
장들과 사업가, 군부 지도자, 왕족 중에서 알카에다의 세계관과 장기적 목
표에 대한 동조자를 골라 권좌에 앉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계속해서 이렇게 주장한다.
"알카에다가 미국의 침략을 자극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또한
알카에다는 제대로 된 혁명이 일어나거나, 사우디 아라비아가 분열되어 리
야드(사우디의 수도)의 정치적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만약 알카에다가 현재 왕족 중에서 협조자를 찾게 된다면 굳이 체제를 파
괴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스트래트포』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정치, 종교 외에 경제적 동기도 가
지고 있다.
"서구인들을 몰아내게 된다면 에너지 및 군수 산업에 수천 개의 자리가 생
길 것이다. 알카에다는 이 자리에 자기 조직에 동정적인 사우디인이나 무
슬림들을 앉히고 싶어한다."

이 기사는 오사마 빈 라덴으로 여겨지는 인물의 연설을 인용하기도 하는
데, 그것은 현재의 정부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적 리더쉽을 건설하자고 주
장한다. 그리고 이 정치적 리더쉽은 "정직한 고위 성직자, 명망가, 상인
들"로 이루어진다.

이렇게 보면 살인자들이 제국주의의 손에서 놀아나면서 국제적 반전운동
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한 이런 단체들은
그 존재적 특성 상 국내외 정보조직에 종속되어 조종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알카에다 등의 집단들은 피억압 대중들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이 아
니다. 그들이 대변하는 것은 '아랍의 지배계급 중 비교적 소외된 세력'의
야망일 뿐이다. 알카에다 등이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혁명적 대
중운동에 적대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참수는 사우디 왕가의 특허품

한편 폴 존슨과 김선일, 닉 버그, 대니얼 펄(『월스트리트저널』 파키스
탄 특파원으로 무장집단에게 참수당함) 등에게 적용된 야만적인 살해방법
은 알카에다의 발명품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범죄자와 정적들
을 참수해온 것은 미 행정부의 오랜 동맹군인 사우디 왕가이다. 사우디 왕
족들이 저항세력의 손가락과 팔, 머리 등을 자르고 이를 통해 미국 석유회
사들이 엄청난 이익을 누릴 수 있었을 때 미국 정치가들 중 누가 분노했었
단 말인가. 더욱이 부시 자신도 텍사스의 주지사로 있을 때 1백명 이상의
수감자들을 교수대로 보낸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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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4-06-2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을 수도 있지만, 김선일 씨 살해 이후 미국에서 부시의 지지도가 다시 케리의 지지도를 앞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