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파병 위해 은폐했다면, 정권 퇴진"
국민행동, 김선일씨 사건 진상규명 위한 청문회-국정조사 촉구
조호진/권우성 기자
"정부가 6월초에 김선일씨의 납치 사실을 알고도 외교 안보라인에서 은폐했다면 문책을 넘어 처벌되어야 한다. 청와대와 대통령이 파병을 위해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숨기고 추가 파병결정을 발표했다면 이는 정권의 도덕성과 진퇴가 걸린 문제이다.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미국 정부가 몰랐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미국이 피랍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면 부시 미 대통령은 한국민에게 석고대죄 해야 하며, 한미동맹은 재정립되어야 한다.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관철해 김선일씨 피랍사건 은폐사건을 진상 규명하겠다."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강한 어조로 고 김선일씨 피납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고 김선일씨 피납사실을 알고도 추가 파병을 위해 은폐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AP통신의 TV뉴스인 APTN이 6월 초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단체한테 심문을 받는 모습을 찍은 비디오를 확보한 뒤 김씨의 실종여부를 한국 외교통상부에 문의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김 사무처장의 의혹 제기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김 사무처장은 24일 오전 11시 30분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하 파병반대 국민행동)'이 외교통상부 정문 앞에서 가진 '고 김선일씨 피랍의혹 규명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의혹을 제기한 뒤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근수·한상렬 공동대표와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 시민사회단체 인사 50여명이 참석했다.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김선일씨 피랍사실에 대한 정부의 인지시점 ▲외교부가 공개한 김천호(가나무역 대표)씨의 관련 진술 ▲정부의 무장세력과의 교섭과정 및 내용 ▲미국 당국의 김선일씨 피랍 인지시점 등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외교부에 전달했다.
이날 시민단체 회원들은 "노대통령은 사건은폐 책임지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사건은폐 진상규명 책임자를 철폐하라" "김선일을 살려내라, 진상을 공개하라, 국정조사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국과 미국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한상렬 공동대표는 회견에서 "죽지 않고 살고 싶다고 몸부림치던 김선일씨를 누가 죽였는가"라고 물으며 "테러 단체에 참수된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의 아버지가 '내 아들을 죽인 것은 부시와 럼스펠드'라고 절규했듯이 김선일씨를 죽인 것은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책임을 물었다.
한 대표는 또한 "노 대통령이 파병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김선일씨를 죽이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제2, 제3의 김선일씨 같은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는 파병결정이 철회되어야 한다. 국민의 소리를 외면하고 파병을 강행할 경우 탄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종환 민화련 이사장은 "이 정부가 어느 나라 정부인지 묻고 싶다. 파병 변함없다는 말로 김선일씨를 죽게 한 비인도적 비인간적인 우리 정부에 실망했다"며 "김선일씨의 유해가 도착하면 모든 부모들이 한 마음이 돼 정부가 일으킨 사태에 항의하는 국민행동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파병반대 국민행동'은 이날 외교부에 전달한 공개질의서에서 "정부는 '이라크는 안전하며 한국군 파병은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결론을 내는데 급급했다"며 "김선일씨 피살사건은 정부가 이라크 정세나 이라크 국민들의 정서에 심각한 판단오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추가파병을 강행하면서도 정부가 유사시에 취할 수 있는 대응능력은 거의 부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며 "정부는 한국군 파병에 대한 심각한 판단오류에 대해 책임져야 하며 또한 한국군 이라크파병은 재검토되어야 한다"며 파병철회를 촉구했다.
미군이 몰랐다고 정부가 단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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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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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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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라크파병반대국민행동 대표자들은 외교통상부에 공개질의서 전달을 하려했으나 경찰이 가로막아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지기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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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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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반대 국민행동'이 외교부에 전달한 공개질의 가운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5월 31일 이후 이라크 혹은 카타르 한국대사관 등 외교부 현지 외교관들이 김선일씨 피랍여부에 대한 정보보고 혹은 첩보 등을 해당 국가 대사 혹은 외교부 아중동국 등 보고라인에 보고한 기록이 전혀 없는가?
▷가나무역이 민간인 학살 군사작전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고 있는 팔루자 주둔 미군에게 군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교부는 알고 있었는가? 4월 5일 이후 가나무역 직원의 안전문제와 관련, 외교부가 미국 당국과 협의했던 모든 기록을 공개해달라.
▷테러 위협에 대비해 주재 중인 국민들에 대한 일일점검을 해왔다면 왜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3주 동안이나 알지 못했는지 입장을 밝혀달라. 외교부가 시행하고 잇는 재외국민보호 매뉴얼, 가나무역을 비롯한 교민에 대한 일일점검 일지 등 관련 기록 일체를 공개해달라.
▷김 사장은(가나무역 대표) 미군과 외교부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외교부가 받아냈다는 사유서와 진술서는 외부 압력이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성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외교부는 의혹의 중심에 서 있으며 따라서 (피랍 은폐) 조사를 외교부가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외교부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감사원 차원의 특별감사나 국회의 국정조사를 스스로 요구할 의사는 없는가?
▷이라크 주재 한국대사관은 (무장세력과) 직접협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정부가 김선일씨 석방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보고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접촉했던 미국당국과 성직자, 부족장이 누구인지 밝혀달라.
▷반기문 장관이 '납치단체가 처음부터 김씨를 살해할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 같다'고 발언한 근거는 혹시 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의 결과는 아닌가? 피랍자 석방 협상을 책임졌던 주무기관의 장이 조사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으로 피랍자의 의도를 설명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는가
▷김 사장 진술만으로 미군이 몰랐다고 정부가 단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는 사건지역의 미군지휘관을 포함한 미군 당국이 김씨의 피랍사실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요청 한 적이 있는가? 그리고 해당지역의 미군지휘관은 누구인지 밝혀달라.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미군이 몰랐다는 미국과 외교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만약 미국이 알고도 한국정부에 일러주지 않았거나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미리 알고도 몰랐다고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면 매우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정말로 미국과 한국 정부는 몰랐는가?
▷한국 정부는 정세예측과 안전대책 마련 실패를 인정하고 파병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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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은 사과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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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파병 반대 행사·성명 줄이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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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죽음에 대해 정부의 은폐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각계에서 '김씨 죽음 추모와 추가파병 철회' 집회와 성명이 줄을 잇고 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등 고 김선일씨 추모 인권단체 연대회의는 24일 오후 2시 종로 3가 탑골공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고한 민간인을 참혹하게 살해한 이라크 무장세력의 반인도적인 행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그러나 김씨의 다급한 생명의 위험 앞에서 '추가 파병결정 불변'만을 외치던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 분노를 넘어 차라리 슬픔을 느낀다"고 애통함을 표현했다.
이어 연대회의는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의 추가파병 결정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24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이라크 추가파병을 즉각 중단하고 서희-제마부대를 철군하라"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 역시 같은날 성명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외교통상부장관을 해임하라"며 "파병결정에 영향을 미칠까봐 김씨의 납치사실을 숨기고 지금까지 며칠 전에야 들은 것처럼 연출하지 않았나? 미국으로부터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김씨의 납치사실을 듣게 되었고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 등에 대해 공개질의했다. / 강이종행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