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nrim > [요리스 이벤스 회고전] 필립스 라디오
필립스 라디오
1931년 / 36분
네덜란드 최초의 유성영화.
필립스 라디오 공장에서 라디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우선 그 옛날 진공관 라디오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굉장히 신기했다;;;
라디오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부품들을 보여주는 화면, 음악과 딱딱 맞아떨어지는 편집등 영화적 재미도 풍부한 영화. 모던 타임즈의 다큐멘터리 판이라고나 할까...
놀라운 생산공장이나 기계설비가 아니라, 그 노동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얼굴과 움직임을 담아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자료집에 해설이 잘 되어 있어서 조금 옮겨 본다.
네덜란드 최초의 유성 영화이자 아방가르드 계열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본래 이 작품은 아인트호벤의 필립스 공장의 라디오 개발과 생산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벤스는 필립스사가 규정한 조건들을 거부하고,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을 그의 미적이고 시적인 스타일로 표현하였다.
루 리히트벨트의 음악과 공장의 소음을 조합한 이 영화는 네덜란드 최초의 유성 영화를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이러한 사운드 트랙은 음악과 공장의 소음을 결합한 초창기 실험 영화의 선구적인 예로 꼽힌다. 영화의 이미지들은 기본적으로 리듬과 음의 고저, 그리고 음악의 분위기에 맞춰 편집되었다. 이러한 사운드 트랙 효과에 관해 이벤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반복적인 사운드는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자, 이러한 노동의 무자비한 면을 관객들에게 알리고자 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작품은 이벤스의 다큐멘터리 스타일과 노동과 산업의 진보에 초점을 맞춘 아방가르드 스타일이 혼합된 형식을 띠고 있다. 이 영화를 제작하기 바로 전에 다녀 온 러시아 여행은 영화 제작 방식이나 내용 면에 있어 이벤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필립스 라디오>는 이벤스가 러시아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깨달은 인간과 노동에 대한 문제와 그의 독특한 미적 형식이 결합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벤스는 노동자의 얼굴에 나타난 육체적인 고통을 클로즈업 기법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적인 조립라인의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함으로써 그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을 효과적으로 포현하였다.
20년대 제작된 <다리>같은 작품은 하나의 대상을 표현주의 형식으로 탐구한 반면, <필립스 라디오>는 인간의 노동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이런 입장에 관해 그는 "기계가 아닌 노동하는 인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생산력을 지닌 노동자들의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라디오 진공관을 만들기 위해 유리를 입으로 부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명한 시퀀스는 유리 부는 사라의 양 볼에 묻은 하얀 가루들 때문에 우습고 재미있게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단 한순간도 쉴 수 없는 현대 노동자들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벤스의 의도가 담긴 이미지이다.
촬영과 편집이 완성되는 데 총 넉 달의 시간이 걸렸다. 이 영화는 이벤스가 처음으로 제작한 사운드 필름이며 헬렌 반 동겐과 처음으로 함게 편집한 작품이기도 하다. 회사 홍보용 영화로 제작되었지만, 몇몇 필립스 지점들은 영화에 담긴 사회적 내용 때문에 상영을 거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