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가 베르토프와 요리스 이벤스

그러나 상업영화의 역사와 싸운 다른 또 하나의 작가들의 연대기가 있다. 그들은 영화야말
로 역사 속에서 기록하고, 고발하고, 틀린 세상은 바꾸는 의지라고 생각했다.

누구보다도 역사에 대해서 영화의 임무를 강조한 것은 지가 베르토프였다. 볼세비키혁명
이 성공한 직후 역사상 최초로 사회주의 공화국을 세운 소비에트에서 "지금의 우리를 영원
히 기억하라" 는 슬로건으로 무장한 그는 카메라를 들고 혁명 직후의 세상을 담았다. 그
는 영화야말로 진실이라는 주장을 담은 "키노-프라우다" 선언을 통해서 카메라만이 "부르
주아들의 오염으로부터 정화된" 세상을 기록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실천(?)하였다.
지가 베르토프의 <키노 프라우다> 연작과 <카메라를 든 사나이>는 전 세계에 "새로운 세
상" 을 알리는 테르메스가 되었다.

지가 베르토프의 동세대였던 요리스 이벤스의 또 다른 이름은 "날으는 네덜란드인" 이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전 세계를 떠돌아다녔다. 그는 싸움이 벌어지는 최전선을 찾아나섰
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편에 카메라를 세워 촬영하였다.

요리스 이벤스는 "30년대에 스페인 내란을, 그리고 중국으로 가서 모택동과 함께 대장정
을, 문화혁명을, 더 나아가 "60년대에 베트남에서 불벼락이 쏟아지는 하노이에 자신의 카
메라를 세웠다. 그는 억압받고 버림받은 자들이 어떻게 자기의 세상을 만들어가는지를 기
록하였다. 거기에는 어떻게 이름없는 자들이 역사를 하나씩 쌓아올리는 지가 담겼다. 그
의 다큐멘터리가 갖는 놀랄만한 감동은 같은 장소를 몇 년의 차이를 두고 다시 찾아가서
기록하는 정신에 있다. 그는 어떻게 시간이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단련시키는 지를 기록한
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세상의 일보전진을 이야기한다.

요리스 이벤스의 <우공은 어떻게 산을 옮겼는가>는 중국 문화혁명의 현장에서 5년간 12부
작으로 완성된 장대한 서사시이다. 이 영화는 때로는 기나긴 인터뷰가 이어지고, 때로는
아무런 설명없이 중국 변방의 시골 공회당에 카메라를 세워놓고 "편집 없이" 살아가는 일
상생활을 담는다. 그리고 수많은 중국의 우공들이 어떻게 봉건주의라는 산을 저리로 옮기
고, 사회주의라는 산을 옮겨 오는지를 "마음으로" 보여준다.

<우공은 산을 어떻게 옮겼을까> (1976, 요리스 이벤스) ;

아사아에서 사회주의는 어떤 기적을 만들어냈을까? 요리스 이벤스의 애정 담긴 "좋은 세
상"을 향한 시선.

정성일 (영화평론가)

1. 존경하는 영화, 역사적 가치
1) 칠레 전투 (파트리시오 구즈만)
2) 용광로의 시간 (페르난도 솔라나스, 옥타비오 게티노)
3) 쇼아 (클로드 란츠만)
4) 슬픔과 동정 (마르셀 오필스)
5) 아메리카 원 (로버트 크레이머)
6) 태양도 없이 (크리스 마르케)
7) 하늘, 대지 (요리스 이벤스)
8) 민중의 용기 (호르헤 산히네스)
9) 러시아 엘레지 (알렉산드르 소클로프)
10) 나리타 투쟁 8부작 (오가와 신스케)

세상을 바꾸려고 영화는 항상 시도해왔습니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은밀하고도 끈질기게
지속되어온 영화의 프로젝트입니다. 이를테면 지가 베르토프의 역사의 재구성, 요리스 이
벤스의 중국여행,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인물 자서전 연작, 오가와 신스케의 나리타 투쟁,
그리고 명동성당 앞의 노동자 뉴스 제작단, 말하자면 영화와 역사, 또는 이미지와 현실,
더 나아가서 보여지는 것과 만들어지는 것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저 모순의 대
립과 이율배반을 넘어서려는 것이 영화의 프로젝트이며, 뤼미에르 형제가 만들어낸 저 이
상적인 총체영화에로 돌아가는 방법일 것입니다. 바로 그 사이에 우리는 끼어든 셈입니
다. 물론 빠져나갈 수도 없으며, 하지만 도피할 생각도 없습니다.

 

* 아래 주소로 가시면 상영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iljuarthouse.org/screen/s_view.html?e_ui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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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6-1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꼭 보러가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balmas 2004-06-19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주말에 일들이 계속 몰려 있어서 다음 주나 돼야 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쨌든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