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그린비 출판사에서 나올 [헤겔 또는 스피노자] "2판 역자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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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또는 스피노자 2판 역자 후기
2004년 이제이북스에서 처음 이 책이 출간될 때 나는 이 책의 2판을 낼 수 있게 되리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못했다. 피에르 마슈레가 국내에 얼마간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고 있는 철학자도 아니고 이 책 자체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류를 쫒는 책들과 달리, 어찌 보면 고색창연하다고 할 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오늘 재판 역자 후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이 책에 대한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 덕분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지 6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국내의 스피노자 연구 상황은 상당히 변화했다. 이 책을 비롯하여 들뢰즈의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 네그리의 [전복적 스피노자], 마트롱의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 같은 현대 스피노자 연구의 걸작들이 소개되었고 유능한 스피노자 연구자들이 좋은 연구 논문들을 발표하고 있다. 아울러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져서 이제 스피노자는 명실상부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공통의 자원, 또는 말하자면 공통의 통념이 되었다고 할 만한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스피노자의 원전도 번역ㆍ소개해서 스피노자주의가 공통의 통념에서 더 나아가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제3종의 인식이 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협력을 바란다.
재판을 내면서 초판에서 발견된 몇 가지 잘못들 및 오식들을 바로잡고 새로운 참고문헌을 보충했다. 그리고 참조 및 인용의 편의를 위해 가급적 초판과 동일한 페이지 수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어려운 출판 상황에서도 이 책의 초판 발행을 기꺼이 맡아주었던 이제이북스의 전응주 사장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이 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준 그린비 출판사 여러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이 책의 2판이 “프리즘 총서”의 한 권으로 나오게 된 것은 역자로서, 총서기획자로서 더욱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이 한국의 스피노자 연구에 대해 했던 일을 “프리즘 총서”가 한국 인문사회과학을 위해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0년 3월 2일
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