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NA님의 "다시 droit de cite에 대하여"
최원 형 댓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문제에 관해 별로 더 논의를 계속 할 만한 필요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정치체의 권리"라는 용어 해설 항목을 쓴 이유 중에는 최원 형이 그 용어를 너무 좁은 의미로 이해하는 것 같아서 그 점을 지적해보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데, 최원 형이 그것을 인정한 이상 저로서는 이 문제에 관해 더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발리바르가 "droit de cite"를 politeia의 등가어로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고 지적한 곳은 그 각주 하나 뿐이고 다른 데서는 이와 관련된 논의를 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런 마당에 짧은 각주 하나에 의지해서 droit de cite의 의미의 가능한 극한치를 억측하고 그것에 근거해서 번역 용어를 결정하는 것은 별로 적절치 못하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원 형 논의는 다소 지나친 추론이 아닌가 합니다. 저로서는 "정치체의 권리"라는 번역어를 바꿔야 할 별다른 이유를 찾기가 어렵군요. 발리바르가 droit de cite를 politeia의 등가어로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조만간 자신의 글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겠죠. 이 문제는 그때 가서 좀더 정확한 근거를 갖고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끝으로 한두 가지 지적하자면, 최원 형은 마치 내가 "cite를 politeia의 등가물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저는 용어해설에서 전혀 그런 식으로 말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cite가 politeia의 등가물이라면 droit de cite가 아니라 그냥 cite를 politeia의 불어 번역어로 제시하면 되는데, 발리바르가 무엇 때문에 그 각주를 달았을까요? 그러니 왜 최원 형이 그런 식의 언급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또 하나 용어 해설에서 혹시 제가 그런 식의 인상을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발리바르가 방리유 소요에 관한 글에서 droit de cite를 방리유의 시테와 연결해서 사용한다고 말한 적도 없습니다. 제가 말한 것은 발리바르가 그 글에서 cite라는 용어에 담긴 지명으로서의 함의를 지적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 유추해볼 때 droit de cite라는 용어에는 또한 시테라는 방리유 지역 거주지 주민들의 권리라는 함의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논점이었죠. 그러니까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보태면서 자의적이라고 문제 삼는 것은 좀 경솔한 태도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