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에로이카님의 "대안 마르크스주의와 새로운 해방 주체 구성"

ㅎㅎㅎ 에로이카님,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에로이카님의 문제의식에 십분 공감하고, 뒤메닐과 지젝, 그리고 오건호 선생의 견해를 연결하는 방식에도 동의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가장 구체적이고 또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사람은 발리바르가 아닌가 싶습니다. 발리바르는 80년대 후반 이후에는 경제학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또 지젝처럼 입만 열면 혁명을 떠벌리는 것도 아니고, 오건호 선생과 달리 공공성 문제를 항상 이데올로기 문제(또는 민족주의 및 인종주의 문제)와 결부시켜서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점이 꽤 있다고 봅니다.  

가령 발리바르는 계급론의 틀에서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내에서 대중운동과 대중적 주도권의 중요성(결국 인민주권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죠)은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뒤메닐과 연결될 수 있는 점이 있겠죠. 또 지젝이 말하는 "사회적 아파르트헤이트"는 사실은 발리바르가 사용한 "유럽적 아파르트헤이트"를 그대로 가져다 쓴 개념입니다. 그가 발리바르를 인용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 그리고 발리바르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사회적 시민권의 강화에 있다고 주장하니까 오건호 선생의 이야기와도 통하는 점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이긴 합니다만, 발리바르의 관점에서 볼 때 뒤메닐은 여전히 경제주의적 관점이 강한 것 같고(경제학자니까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지젝의 이야기는 당위적인 혁명주의 수사에 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사실 저 정도 이야기도 꽤 발전한 것 같기는 합니다만), 오건호 선생 이야기는 사민주의를 그대로 되풀이할 우려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세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배척하자는 뜻이 아니라, 세 사람 이야기에는 그만큼 빠진 점들이 적지 않다는 뜻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저들의 논의(및 다른 여러 사람들의 논의)를 결합한다면, 아마도 최근 발리바르의 문제의식과 통할 수 있는 바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발리바르 예찬인가요? ㅎㅎㅎ  

아무튼 제가 지금 거의 번역을 끝내고 곧 출간할 발리바르 책이 하나 있고, 앞으로도 한 두어 권 더 번역해서 소개할 생각인데, 제 생각에는 지식인들이나 활동가들이 이 책들에서 얻을 수 있는 바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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