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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은 바지락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이곳 어민들이 입는 피해는 상상할 수도 없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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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19년을 살았는데, 이제 어떡하나. 그동안 굴 양식해서 할아버지랑 나랑 둘이 먹고 살았는데, 이제 어디 나가서 일도 못하고, 정부에서 보상이나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어. 그래도 고마워.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와서 도와주니, 그래도 처음보다는 좋아졌네. 고마워. 고마워."
기름 유출 사고로 재앙을 겪고 있는 태안반도. 의항리 해수욕장에서 만난 홍진군 할머니(76)는 연신 기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홍 할머니는 이번 기름 유출 사고로 하루아침에 20여 년을 가꿔온 굴 양식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약 5900줄(한 줄에 10개 씩)의 굴이 다 죽었다. 나이가 많아 기름 제거 작업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매일 현장에 나온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자신을 위해 일해 주는데, 집에서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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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들이 방제포를 이용해 기름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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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리 해수욕장. 이런 바위틈에 있는 기름을 제거해야 한다. 이 작업은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한다. 그만큼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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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가 태안반도를 찾은 12월 14일에도 할머니는 의항리 해수욕장에 나와 자원봉사자들이 열심히 활약하는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도했다.
홍 할머니가 있는 의항리 해수욕장은 기자가 돌아본 현장 중 기름 냄새가 가장 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장 김영태 목사) 소속 목회자 50여 명이 이날 의항리와 파도리 해수욕장을 찾았다.
홍 할머니처럼 양식업을 하는 사람들은 정부에서 보상을 그나마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맨손어업자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사태 발생 직후 현장에서 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범곤 목사(한기총)는 "가장 불쌍한 사람들이 맨손어업자다"며 "이들은 보상을 받고 싶어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예장통합은 맨손어업자들을 위해 지난 12월 7일 2000만 원을 지급했다.
"굴이 다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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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항리 해수욕장에 있는 기름통. 지난 일주일 동안의 사투를 보여주는 듯 하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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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리포 해수욕장은 아직 갯벌에 기름이 흥건하다. 그러나 이곳은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 자원봉사자들은 만리포로 많이 모인다. 태안반도 관계자는 천리포에도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며, 그곳으로도 자원봉사자들이 가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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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발생한 뒤 관련 기관의 늑장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자원봉사단의 활약은 대단했다. 12월 14일 하루에만 1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현장을 찾았다. 태안군 관계자는 주말에는 평일보다 약 2~3배 많은 자원봉사자가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다음 주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사랑의교회·명성교회 등 대형교회 교인들이 현장을 찾아 자원봉사를 할 예정이다.
이들의 활약으로 불행 중 다행히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름은 많이 없어진 듯 보였다. 문제는 바위틈에 붙은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름은 양수기 등을 이용해 퍼낼 수 있지만, 이 작업은 사람이 모두 수작업으로 일일이 닦아내야 한다. 이날 현장을 찾은 자원봉사자 거의 대부분은 이 작업에 열중했다.
그러나 이 작업도 한계가 있다. 천리포 해수욕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한 명은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닦아내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최대한 손을 많이 뻗어 기름을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을 빨아들일 수 있는 방제포가 부족해 헌 옷이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천리포 해수욕장과 만리포 해수욕장 모래사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낸 헌 옷이 즐비하게 쌓여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방제포와 헌 옷을 이용해 바위틈에 붙은 기름을 닦아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바위에 붙어 있는 기름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썰물이 되어야 하는데, 오후 4시만 되면 바닷물이 차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
'시간이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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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리포 해수욕장에 있는 헌 옷들. 방제포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이런 헌 옷이 필요하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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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들이 물이 들어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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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은 옷에 기름을 묻혀가며, 조금이라도 더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땀을 흘렸다. 천리포 해수욕장에서 만난 강 아무개 씨(남·50대 초반)는 "직접 와서 보니 말 할 수 없이 참담함이 느껴진다"며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만난 이종국 씨(남·65세)는 "하루아침에 태안반도가 예전처럼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힘을 모으면 못하는 게 없지 않느냐"며 직접 오지는 못하더라도 많은 성원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씨는 천안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 회사의 전무다. 이 씨는 이날 다른 버스회사 직원 43명과 함께 현장을 찾았다.
파도리 해수욕장에서 만난 충남대학교 직원은 바위틈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기름이 잘 안 닦여지긴 하지만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봉사에 종교가 어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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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총은 12월 14일 천리포를 찾아,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점식식사를 제공했다. ⓒ뉴스앤조이 이승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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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이용규 목사)는 이날 천리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천리포장로교회에 간이식당을 차리고, 자원봉사자를 위해 식사를 제공했다. 이날 천리포해수욕장에는 대순진리회 소속 교인들이 자원봉사를 위해 나왔다. 이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자연스럽게 천리포장로교회를 찾았다.
그리고 한기총과 강남중앙침례교회(피영민 목사)가 준비한 점심으로 식사를 했다. 한 대순진리회 교인은 "허, 참. 내가 교회에서 주는 밥을 다 먹고 가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요셉 목사(한기총 선교국장)는 "봉사를 하는데, 종교가 어디 있느냐"며 "이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 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이날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컵라면 180박스, 장갑 1만 여 켤레 등을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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