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벤야민 선집 출간 소식을 전했는데,

오늘은 벤야민 선집 번역을 주도한 사람 중 하나인 최성만 교수와의 인터뷰가 실려서

링크해둔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5562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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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다음과 같은 최 교수의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엔 포스트모더니즘에 천착한 프랑스 쪽 사상의 영향이 컸고 나름대로 좋은 구실을 했다. 문제는 편식 또는 독식이다.” 이번 선집 번역은 “편식을 깨고 균형을 잡는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그는 “‘베냐민과 비트겐슈타인’ 조합이 지닌 폭발력은 ‘들뢰즈 또는 데리다와 푸코’ 조합을 능가할 수 있다”며 프랑스에도 큰 영향을 끼친 니체·하이데거· 후설·프랑크푸르트학파 등이 포진한 독일 쪽 사조가 경원당하고 있는 이 땅의 지적 편향을 지적했다.

최 교수의 발언 전후 맥락을 보면, 영문학에 비해 홀대 당하고 있는 독문학의 현실에 대한 자조감과 더불어 불편한

심사를 드러내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이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프랑스 철학 내지 사상은 철학도 사상도 아니라고 준엄하게(?) 꾸짖거나 비아냥댄

사람들 중 상당수는 독일 철학이나 독일 사상이론 전공자들이었는데 이제는 프랑스쪽 사상의 영향력이 너무 컸다고,

편식 운운할 정도가 됐으니, 격세지감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벤야민과 비트겐슈타인"을 프랑스 철학자들과 대결시키려는 발상이다. 앞으로

최 교수의 연구를 좀 주목해봐야겠다. (진심이다.)  독일쪽에서는 "20세기 후반 프랑스 철학 = 낭만주의의 후예"라는

등식이 거의 정설화돼가고 있는 것 같은데(국내에 소개된 페터 지마의 {데리다와 예일학파}나 에른스트 벨러의

{데리다 니체 니체 데리다} 같은 책에서도 이런 관점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최 교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 관점을

보여줄지, 아니면 이런 관점을 답습하는 결과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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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7-12-31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답습' "격세지감' ... 쩝
벤야민이 '독일' 사상가라고 하는 건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이네요.
이미 세계적 영향을 끼친 사람들을 두고 프랑스냐 독일이냐 나누는 게 한국식 지역주의 같아 씁쓸합니다.
우리나라의 프랑스 쪽 '편식'은 사실인 것 같구요.
영미쪽에선 벤야민 붐이라던데...
이건 다른 얘긴데요,
철학과 실천이 늘 불화관계인데, 이건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오늘날 '철학'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입에 올리는 이들은 여하튼 떳떳하진 못한 세상 같아요.
그렇다고 철학에 매몰되거나 경원시하는 건 아니지만요.
죄송합니다. 횡설수설하고 나갑니다.



나그네 2007-12-3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헤, 다시 들어왔어요.
블로그 왼편에 뜬 미네르바 부엉이 그림이 또 생각이 나서요.
FTA반대와 미네르바가 어떻게 합치할 수 있을지.
그걸 고민하는 게 오늘날 철학의 과제가 아닐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혼란한 세상을 (시뮬라시옹처럼) 감추는 고요한 이 밤, 연말이라는데...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뭘하나. 난 또 어디 있고.

balmas 2007-12-3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예, 독일, 프랑스, 이런 식으로 국적을 따지는 건 좀 유치한 감이 있긴 하죠. 그래도 각 나라의 사상적인 전통을 어떻게든 대표하는 사람들이니까, 또 그런 식의 표현이 얼마간 불가피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철학과 실천이라는 문제는 늘 어렵죠. 특히 좌파쪽 사람들에게는 더 그럴지도 모르는데, 더 어려운 시기를 맞았으니까 앞으로는 이런 물음이 더 절실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