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30분~10시까지 그린비 출판사에서 


8강에 걸쳐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를 위한 스피노자 특강>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아래는 특강 기획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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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 연구자를 위한 스피노자 특강

 

 

1. 취지

 

오늘날 스피노자는 서양 고전 철학자 중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동시대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자리잡고 있다. 철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스피노자는 현재 시제로 호명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우리가 미래를 내다보는 창이 되었다. 1960년대 루이 알튀세르와 질 들뢰즈가 현대 스피노자 연구의 초석을 다져놓았다면, 1980년대 이후 안토니오 네그리와 에티엔 발리바르는 스피노자 마르크스주의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더 나아가 2000년대에 들어서 정치철학과 문화이론, 페미니즘, 교육철학 및 기술철학과 생태계 이론에 이르기까지 스피노자는 오늘날 급진 비판 사상의 원동력으로서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영역을 관류하고 있다.

 

그런데 󰡔윤리학󰡕을 토대로 하는 스피노자 철학의 난해함 때문에, 한국 인문사회과학에서 스피노자는 꼼꼼하게 읽히고 해석되고 새롭게 활용되기보다는 미국 최신 담론들(정동이론, 신유물론, 포스트휴머니즘 등)의 인용과 재인용의 빈곤한 악순환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 학계에서 스피노자 철학이 다양한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의 창조적인 재해석과 활용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고 재형성되는 선순환의 경로를 만들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무척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이 강의에서는 어떻게 한국의 맥락에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스피노자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 새로운 스피노자주의 인문사회과학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한국의 동료 인문사회과학 연구자들과 함께 고민해보려고 한다. 강의는 크게 세 가지 목표를 겨냥한다.

 

(1) 스피노자 철학의 주요 개념들(실체, 속성, 양태, 독특한 실재, 상상, 적합한 관념, 코나투스, 욕망, 정서, 좋음, 사랑, 능동과 수동 등)이 오늘날 인문사회과학의 여러 분야 및 담론들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이 강의의 일차적 목표다.

 

(2) 이러한 해석과 활용을 스피노자 철학 자체에 비춰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외국의 현대 스피노자주의 담론들(스피노자 마르크스주의, 정동이론, 신유물론, 포스트휴머니즘 등)은 풍부하고 독창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뚜렷한 한계들 및 약점들을 지니고 있다. 이 담론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야말로 이 강의의 핵심 목표다.

 

(3) 현란한 최신 용어들로 범벅이 된 강의보다는, 스피노자 철학 및 현대 스피노자주의 담론들이 제시하는 문제의 인식을 공유하고, 그것에 입각하여 우리가 처해 있는 조건 속에서 새로운 문제들을 형성하고 사유하는 능력을 고민해보는 것이 이 강의의 또 다른 중심 목표다.

 

이 강의를 수강하려는 수강생들에게는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그린비, 2022)을 반드시 읽고서 참석하기를 권한다.

 

 

2. 강의 주제

 

이 강의에서는 8번의 강의에서 다음과 같은 주제를 다뤄보려고 한다.

 

 

1. 새로운 스피노자의 탄생: 관계론의 철학자 스피노자

 

1강에서는 강의 전체에 대한 서론으로서 현대 스피노자주의의 역사를 살펴볼 것이다. 스피노자는 19세기 독일 관념론 이래 오랫동안 범신론의 철학자로, 따라서 사변적이고 관조적인 철학자로 간주되었지만, 20세기 후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전개된 스피노자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비판과 해방의 철학자로 재탄생했다. 1강에서는 1960년대의 알튀세르와 들뢰즈의 스피노자 재해석을 거쳐 1980년대 네그리와 발리바르의 작업에서 스피노자 마르크스주의(Spinozist Marxism)가 생성되는 과정을 살펴볼 생각이다. 아울러 이들의 작업을 기반으로 21세기에 관계론의 철학으로서 스피노자주의가 현대 인문사회과학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조망해볼 것이다.

 

 

2. 독특한 실재와 개체화: 스피노자와 양태의 존재론

 

스피노자는 대개 서양 철학사에서 대표적인 실체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이해되어 왔지만, 현대 스피노자주의에서 스피노자 철학은 탁월한 관계론 철학으로 재해석되었다. 그것은 특히 근대 주체 철학에 대한 대안적인 이론이다. 2강에서는 관계론으로서의 스피노자 철학은 특히 양태의 존재론에서 잘 나타난다는 점을 살펴볼 것이다. “다른 것에 안에 존재하고 다른 것에 의해 인식되는 것으로서의 양태는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자가 아니라, 원초적으로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하고 실존하고 변화한다는 점을 잘 설명해준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체성은 처음부터 주어지는 게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맺기로서 윤리적 실천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다. 이러한 양태의 존재론을 잘 보여주는 개념이 독특한 실재(singular thing)라는 개념이다. 2강에서는 독특한 실재와 개체화 개념을 중심으로 스피노자의 양태의 존재론을 살펴볼 것이다.

 

 

3. 정신적 자동장치와 관념의 역량: 스피노자의 심신이론과 인식론

 

스피노자의 존재론이 범신론이나 실체론으로 잘못 이해되어온 것처럼, 스피노자의 인식론 역시 독단적 합리주의로 왜곡되어 왔다. 그것은 그만큼 스피노자의 인식론이 독창적이고 현대적이라는 것을 함축한다. 스피노자 인식론이 갖는 참된 함의는 20세기 후반 인지과학의 발전을 통해 비로소 이해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발전은 데카르트의 심신 이원론 및 관념론적 인식론을 대체할 수 있는 철학을 요구하는데, 스피노자 철학이 바로 이러한 요구에 대한 적합한 대안 중 하나를 제시해준다. 3강에서는 스피노자의 정신이론 및 인식론을 압축적으로 전달해주는 정신적 자동장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스피노자의 심신이론과 인식론이 어떤 측면에서 독창적이고 현대적이며, 더욱이 비판적인 이론인지 검토해볼 것이다.

 

 

4. 코나투스, 욕망, 정서: 스피노자와 정동이론”, 신유물론

 

2000년대에 들어서 현대 인문사회과학에서 가장 주목받은 담론은 정동이론과 신유물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0여 년 동안 한국 인문사회과학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 두 가지 담론은 스피노자 철학을 현대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스피노자 인간학의 핵심을 이루는 코나투스와 욕망, 정서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점을 고려하여 4강에서는 두 가지 주제를 다뤄보겠다. 첫째, 스피노자 들뢰즈 브라이언 마수미/제인 베넷으로 이어지는 어펙트(affect) 이론의 계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마수미와 배넷의 들뢰즈적인 스피노자주의가 어떻게 스피노자 자신의 정서이론과 다른지 살펴볼 것이다. 둘째, 아울러 기존의 정동이론이나 신유물론과 대별되는, 스피노자 자신의 정서이론의 독창성과 강점을 고찰해보겠다.

 

 

5. 인간학적 차이, 성적 차이, 종적 차이: 스피노자와 비인간

 

스피노자의 인간학은 대담한 두 가지 주장에 기초를 두고 있다. 하나는 인간 및 인간의 정서를 선, , 물체들과 같은 대상을 다루듯이 다루겠다는 주장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의 본질은 욕망이라는 주장이다. 전자가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스피노자의 비판을 잘 보여준다면, 후자는 욕망과 정서를 윤리의 토대로 제시함으로써 윤리적 실천에 대한 혁신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따라서 스피노자의 인간학과 윤리학이, 기후위기 및 팬데믹 위기에 직면하여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철학적 전망을 요구하는 현대 인문사회과학에서 주목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그만큼 생명과 비생명,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라는 문제는 스피노자 연구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5강에서는 스피노자와 비인간이라는 주제를 살펴보겠다.

 

 

6. 예속과 해방 사이의 다중: 스피노자 정치철학의 쟁점들

 

20세기 후반 스피노자 연구의 최대 성과 중 하나는 스피노자 철학에서 정치학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재발견했다는 점이며, 그 정치학의 중심에 다중(multitudo)이 놓여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발견은 스피노자 연구를 일신했을 뿐만 아니라, 급진적인 정치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았다. 6강에서는 네그리와 발리바르의 선구적인 작업 이래로, 다중의 정치철학 및 사회이론이 현대 스피노자주의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고찰해볼 것이다. 특히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분석에서, 정치적 주체화에 관한 논의에서 스피노자가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다뤄볼 것이다.

 

 

7. 인류세, 전쟁, 디지털 재난: 다중재난 시대의 스피노자

 

우리 시대는 생태계 재난, 전쟁과 폭력의 재난, 디지털 자본주의가 산출하는 인간학적 재난 등과 같은 다중 재난으로 규정되는 시대다. 한 가지에만 전념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재난들이 다중적으로 중첩되고 연결되어 있는 시대가 우리 시대이며, 이는 비판과 해방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중재난의 시대에 우리가 스피노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피노자 철학이 이러한 다중적인 재난들을 사고하고 그것들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아직까지 현대 스피노자주의의 주요 쟁점을 형성하고 있지 않지만, 스피노자 철학이 현재성을 얻기 위해서는 대결해야 하는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7강에서는 다중재난개념에 대한 이론화를 시도해보면서 스피노자 철학이 이 문제를 사고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실험적으로 사고해볼 생각이다.

 

 

8. 자유의 기술, 돌봄의 기술: 스피노자와 회복력(resilience)

 

7강의 주제와 연결하여 우리는 8강에서 회복력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스피노자 윤리학 및 실천철학을 다시 고찰해볼 생각이다. 회복력이라는 개념은 원래 생태학과 자연과학에서 주로 쓰이다가 1990년대 이후 심리학과 정신질환 분야에 응용된 후, 공동체개발, 도시공학, 행정학, 교육, 사법, 보건의료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기후재난 및 코로나 팬데믹 같이 인류문명 자체를 위협하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인식론적 범주로서 회복력 개념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개념은 자칫하면 치안적인 범주로 활용되기 쉽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8강에서 스피노자 철학이 회복력 개념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철학적 토대를 제공해줄 수 있지 않은지 검토해볼 것이다. 특히 그것을 자유의 기술돌봄의 기술이라는 두 가지 윤리적 실천과 연결지어 사고해볼 생각이다.

 

 

3. 강의 일정 및 유의 사항

 

1) 강의는 111일 금요일에 개강하며, 매주 저녁 730~ 10시까지 진행한다.

 

2) 매 강의마다 강사의 강의록이 제시될 것이다.

 

3) 질의응답은 강의 마지막 30분 동안 (930~10) 진행할 예정이다.

 

4) 강의 주제 및 내용은 강의가 진행되면서 다소 변경될 수도 있다.

 

 

4. 강의 참고문헌

 

이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문헌은 다음과 같으며, 원하는 수강생들에게는 상세한 참고문헌을 별도로 제공할 것이다.

 

1) 스피노자 문헌

 

스피노자, 󰡔윤리학󰡕, 진태원 옮김, (미출간 번역본). 이 번역본은 그린비 출판사에서 구입 가능.

, 󰡔지성교정론󰡕, 김은주 옮김, 도서출판 길, 2020.

, 󰡔정치론󰡕, 공진성 옮김, 도서출판 길, 2020.

, The Collective Works of Spinoza, vol. 1~2, ed. & trans. Edwin Curley, Princeton UP, 2015.

 

2) 스피노자 연구 문헌

 

진태원,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그린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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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 신청은 아래 주소에서 하시면 됩니다. 


https://greenbee.co.kr/50/?idx=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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