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가 2005-07-29  

선생님 질문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철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영역본으로 보면서 궁금한 점이 들었습니다. 그가 4부에서 자연은 목적 없는 것을 위하여 존재한다(맞나?)라는 말을 했던 것이 문득 떠오르는데요. 몇몇 프랑스 철학자들이 스피노자를 목적론 을 제거한 선구라고 보는 것으로 압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해석을 어떻게 보시는 편인지 궁금해서 질문 드렸습니다. 과연 스피노자에게는 내재적 목적론조차도 전혀 없는 것인지..... 그가 보는 자연이나 인간은 어떠한 목적도 상정하고 있지 않는, 또는 않아야 하는 존재인지... 궁금합니다. 좋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balmas 2005-07-2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적론이라는 말은 사실 좀 모호한 데가 있죠. 그래서 목적론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우선 목적론이 지시하는 바가 무엇인지 좀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피노자가 목적론을 비판했다고 한다면, 그건 특히 [윤리학] 1부 [부록]에서
볼 수 있듯이 신이 어떤 목적을 염두에 두고 세계를 창조하고 행위한다는 식의 관점을 비판하기 위해서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스피노자는 매우 신랄한 반목적론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인간의 행위와 관련해서 본다면, 스피노자가 목적을 염두에 둔 행위를 부정한다고 볼 수는 없겠죠. 최근에 영미권에서 이를 둘러싸고 논쟁이 있었지만, 목적지향적인 행위의 가능성을 부정하게 되면 윤리학이나 정치학이 성립
하기 어렵겠죠. 개중에는 스피노자가 일관성이 없다(왜냐하면 신과 관련해서는 목적론을 비판하고, 인간에 대해서는 목적적인 행위의 가능성을 긍정하기 때문에)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좀 잘못된 이해방식이라고 봅니다.

"내재적 목적론"이라는 말은 무엇을 염두에 둔 표현인지 잘 모르겠네요. 좀더
생각을 분명히 표현해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