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이상국]

어느날 새벽에 자다 깼는데
문득 나는 집도 가족도 없는 사람처럼 쓸쓸했다
아내는 안경을 쓴 채 잠들었고
아이들도 자기네 방에서 송아지처럼 자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생각이 왔는지 모르지만
그게 식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나에게 창피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고
나는 나 자신을 위로해야 했으므로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아, 내가 문을 열어놓고 자는 동안
바람 때문에 추웠던 모양이다,라며
멀쩡한 문을 열었다 닫고는
다시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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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일어나 괜시리 멀쩡한 문을 열었다 닫고, 무언지 누구에겐가 미안하고 그냥 창피하기도 하고 그런 때가 있지, 그래 왠지 잘못 살아왔는 지도 몰라...이런게 아닌데...늦도록 잠 못 들고 뒤척이는 때가 있긴 있지...

어쩐지 무언가 열심히 해야할 것 같은데 망연자실 넋 놓고 하염없이 쓸쓸해 하다가 걸 곳 없는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하고 싶지. 오래전 잊혀진 이름 떠올려 보기도 하다가 진작 진작에 낯선 얼굴 가물가물 애써 기억해 내려 도리질 쳐보기도 하지...

그러다 그러다가 마침내 잘 덮고 자는 아들 녀석 이불도 다시 덮어 다둑거리다가
딸내미 얼굴도 쓸어 보다가..허허 여드름이 엉망이구만..혼잣말 해보기도 하지..그러다간 꿈결같이 곤한 잠에 실려가는 꽃같던 마누라 정수리의 흰 머리칼에 눈길이 머물며 가슴만 먹먹해지다가....

어, 벌써 겨울이네. 더럽게 춥네. 투덜투덜 거실을 오래동안 서성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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