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강에 가는 이유 -[장옥관]
사람들은 묻는다, 왜 강에 가느냐고. 인적 드문 적막 강변에 무슨 볼일이
있느냐고. 아내가 싸 준 도시락 들고 집 나서면서 나도 물어본다. 나는
왜 강으로 가는가. 비둘기를 실은 낡은 바퀴 구슬프게 굴러가고 시절을
잊은 시집은 차 바닥에 뒹구는데 부지런한 버스가 부려놓은 씩씩한 공장
지나쳐 나는 왜 날마다 강으로 가는가. 반듯한 교과서 명랑한 군대, 나날의
구름 안색 저리 훤하건만 눈 흘기는 물총새 삐죽이는 자갈 비웃음 받으며
평일 대낮에 나는 왜 강으로 가는가. 곰곰이 생각해봐도 답 찾을 길 없을
때 풀숲 자갈밭에 퍼질고 앉아 밥이나 먹는다. 뜨겁게 끓어올랐다가 식은
쌀밥은 말없음표처럼 촘촘하고 흰 두부의 먹먹함 사이 비쩍 마른 멸치의
서러움을 키 큰 붉은여뀌 목 빼어 기웃거린다. 태풍 매미에 할퀸 제방은
벌건 살점을 드러내고 손발 다 잃은 버드나무 찢어진 비닐을 날개인 양
달고 서 있다. 거센 물살에 떠밀려와 눈뜬 채 제 살점 개미떼에게 떼어
주는 참붕어. 모로 일제히 쓰러진 갈대풀 속에는 누가 옮겨 놓았을까,
붉은 우단 의자 하나. 그 위에 내려온 하늘이 턱 괴고 앉아 물소리를
듣는다. 예나 제나 한결같은 모습은 쉼 없이 부닥쳐오는 입술에 귀
맡겨둔 물 속의 돌멩이. 어룽대는 물빛에 내 낯빛 비춰보고 저물녘
나는 말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와서는 말하리라. 돌멩이 얼굴에 꽃이
피었네, 능청부리면 짐짓 모르는 척 받아주는 아내의 몸에 찰박이는
물소리는 서럽게 내 몸에 울려 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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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하게
아니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무연히 이 세상 모든 헤메임의 뒤끝을 따라가다
속절없이 깊어가고 아득하고 그래서 더욱 투명하게 빛나던 물소리... 가슴에 담고 돌아오던 그런 시절 그 누구라 없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