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자의 노래]-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메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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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냥 무연한 타인이 되어 헤메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마음에 등불을 켜듯 사무쳐 그리움속으로 푹푹 빠져만 들고 싶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혼자이기 때문이겠지요.
외로웠기 때문이겠지요.
이 세상 끝간 데 없이 외진 벌판에서, 그토록 간절한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러보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터벅터벅 명사산(鳴沙山) 낙타도 없이 그 무슨 목마름의 언덕을 넘어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말 가슴 켜켜이 쌓아둔 때문인지도 기실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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