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蝕(월식)]-김명수

달그늘에 잠긴
비인 마을의 잠
사나이 하나가 지나갔다

붉게 물들어
발자국 성큼
성큼
남겨 놓은 채

개는 다시 짖지 않았다
목이 쉬어 짖어대던
외로운 개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

달이
커다랗게
불끈 솟은 달이

슬슬 마을을 가려주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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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태양과 달 사이에 들어 달의 한쪽 또는 전체가 지구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는 현상을 월식이라 하던가. 어제 오전 달이 태양의 일부를 가리는 부분일식이 우리나라 상공에서 펼쳐졌다, 는 동아일보의 보도가 눈길을 끈다.

월식 현상이 있던 밤 어느 마을에 한 사나이가 지나가고 그 뒤로 누님은 말이 없었다.
개 조차도 외로워 목쉴 만큼 짖어대고 성큼 성큼 커다란 발자국은 끝끝내 누님의 가슴에 두근거림과 설레임과 쉬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으리...
월식 현상은 몽환과 환상과 자욱한 안개를 동반한 알 수 없는 분위기로 치닫고, 상상과 여백과 생략의 의미를 따라가는 길.

불끈 솟은
슬슬 마을을 가려주는 달 속엔
차마 하고 싶은 말 꾹꾹 눌러 숨죽인 그 얼마나 많은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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