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막신]-이병철

은하 푸른 물에 머리 좀 감아 빗고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목숨 壽(수) 자 박힌 정한 그릇으로
체할라 버들잎 띄워 물 좀 먹고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삽살개 앞세우곤 좀 쓸쓸하다만
고운 밤에 딸그락 딸그락
달 뜨걸랑 나는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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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어머니 모시고 아내, 아들, 딸 더부러 천주교 장미공원에 다녀왔습니다.
당신 무덤 앞 상석 옆면에 달랑 어머니 이름과 제 이름 뿐이었건만, 이제 세 식구나 불어 마음은 넉넉하게 한 살림 이룬 듯 하였습니다.
살아 계셨다면 겨우 일흔 여덟,
임당가는 길 경산 집 키 큰 미류나무와 함께 서서 아직도 창창할 앞길 무어 그리 바쁘게 질러 먼 길 떠나가셨는지요.
문득 돌아 보면 당신 안계신 이십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달이 밝습니다.
휘영청 눈물겹도록 달이 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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