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을 청하다]-김원국

공사판에 나가 유리 200장을
나르고 돌아온 나는
집에 누워 하나씩 기능점검을 해보고 있다
어깨는 무엇 하러 무겁게 양팔을 이어 붙이고
고통을 자초하는가
10mm 대판 유리의 무게는
어께가 바르르 떨릴 정도의 아름다운 것이었다
고요히 죽음이 찾아올 순간까지
앞으로 몇 번의 공사판을 찾아야 하는지 생각해 보다가
한결같이 빠르게 삭아 내리는 공사판 일꾼들을 생각해 보다가
칠순이 넘어 人力所를 찾은 김씨 할아버지도 생각해 보다가
(잠이 들었다)
처음으로 우주 정거장에 도킹을 성공하는
무인 우주선처럼 신비하였다
행성마다 유리꽃이 만발하는
그런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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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사장 10mm 거실 통유리의 무게는 80~90kg 쯤 나간다고 한다
외사촌 누이, 하루 14시간의 서빙과 허드레 잡일과 설거지의 품삯은 한 달에 90만원이라 한다.
영업용 택시기사 고등학교 동기의 이번 달 부족한 사납금은 15일 일하고도 4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때때로 바르르 떨릴 정도의 힘겨운 삶의 무게에 아름답다! 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잠이 들었다)
그 잠속에서 꾸는 꿈 가운데는 유리로 만든 유리꽃이 피기도 하고, 90만원에서 힘겹게 여투어 낸 아이들 학원비가 있고, 끝내 떨치지 뫃한 개인택시 기사 자격요건을 위한 가없는 희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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