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에 대하여]-복효근

오래전 입은 누이의
화상은 아무래도 꽃을 닮아간다
젊은 날 내내 속썩었쌓더니
누이의 눈매에선
꽃향기가 난다
요즈음 보니
모든 상처는 꽃을
꽃의 빛깔을 닮았다
하다 못해 상처라면
아이들의 여드름마저도
초여름 고마리꽃을 닮았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 있다는 것

잘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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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상처에선 향기뿐 아니라 추억도 깃들어 있다
유화물감 냄새 번지던 친구의 화실, 낡은 목조계단의 삐걱거림, 퉁퉁 불어터진 라면, 각종 공모전의 모집요강, 그윽한 첼로의 선율, 빗소리,눈물 담긴 눈으로 올려다 보던 저녁 별, 가지 않은 길, 두 개의 떡갈나무 사이로 프로스트....눈오던 밤의 이별, 아아, 진작에 잊은 내 아무렇게나 잊으려 한 옛이야기를 떠올리면 알겠다

바람 불어쌓고 눈,비 휘날려 때리던 날의 모든 것들
그토록 먼 길 돌아 돌아
오래된 술처럼 익어 간 상처도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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