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집 한 채]-이 태 수

집 한 채를 짓는다. 한밤내
밀려오는 잠을 천장으로 떠밀며
마음의 야트막한 언덕, 고즈넉한 숲속에
나지막한 토담집 하나 빚어 앉힌다.

이따금 무거운 마음 풀어 내리던
청솔 푸른 그늘.
언제나 그늘 드리워 주던 그 나무들로
기둥도 서까래도 만들어 둥근 지붕의
집을 세운다. 달빛과 별빛,
서늘한 바람 몇 가닥 엮어
새소리 풀벌레 소리도 섞어
벽과 천장, 방바닥을 만든다.

마음의 야트막한 언덕, 고즈넉한 숲속에
나지막이 앉아 있는 토담집 하나,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깨어 있을
마음의 집 한 채 가만가만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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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대동 142번지
영남대학교 앞 옛 압독국의 하늘 밑 임당가는 길 초입에는 오래된 기와집 한 채 있었다. 줄레줄레 뒷 집 경계 따라 늘어선 키 큰 플라타나스가 보기 좋았다.
ㄷ자형 아랫채는 블럭으로 쌓고 스레트형 지붕을 이어 학생들에게 방을 놓고, 젊은 어머니는 하숙을 치시고, 한 귀퉁이 폭삭 무너진 토담벽 헛간은 그대로 꽃밭이 되어 꽃잔디 접시꽃 상사화 라이락꽃 매화나무 박태기나무 아무렇게나 심는데로 어울려 철따라 피고지곤 아름다웠다.

벌써 20년도 훨씬 그 전에 마당가 우물물은 달고도 깊어 온 마을사람 저녁도 새벽도 없이 수시로 드나들던, 영남대학교 앞 내 살던 옛 집 아래 텃밭에는 포도가 무시로 익어가고 뒷마당에는 어린 애호박이 조랑조랑 안간힘으로 매달려 커가고 허구한 날 통물을 퍼날라 과일보다는 가지만 웃자란 살구나무도 있었다.

내 마음의 집 한 채,
이제는 3층 상가건물로 변해 학생들 술집으로 변한 그 터에는 아직도
새벽마다 꿩, 꿩 꿩울음 소리 튀어오르고 라일락꽃 향기 그윽한 5월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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