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생각]-신현림

1.술 마시기 좋은 방

햇빛에 내어말린 고급 속내의만큼
사랑도 우정도 바래더라
변하지 않는 건 무엇인가
속이 텅 비면 견디지 못해 마시는
술과 음악은 세월을 썩게 하는 정겨운 습기라
겨울비 내리는 밤 빌리 홀리데이와
바하보다 절실한 <혼자만의 사랑> 열한 번
<백학> 일곱 번 번갈아 들으며
마음의 지붕인 쓸쓸함을 위하여
식구와 뭇사람의 건강을 위하여
홀로 건배하는데 창 밖 깊은 연못에서
거북이가 솟아올라
맥주 한 상자 밀고 방으로 기어오더라

2.술자리

내가 이들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앞으로 몇 번이나 만날까
이것이 마지막이면 무슨 말을 할까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까
情人들과 즐겁게 술상을 둘러 앉다
한 명씩 떠나는 것이 인생일까

조촐한 인생이란 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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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워 술을 마신다
수시로 달려드는 허기처럼 혹은 오랜 갈증처럼 술을 마신다
자주 자주 덧나는 상채기에
그리움으로 싸매는 붕대인양,
억병으로 취하도록 술을 마신다

산다는 건
술취한 만고강산 노래하듯 흥겨운 추억처럼
때로 그윽하고 때로 아득한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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