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 스모커]-한상훈

전화부스에 기대어 담배 피우면서
짝다리를 짚고 나는 몹시 폼을 잡고 싶었다
기침이 잦아지고 내 누런 침은 보도 블록을 적셨다
나는 계속 눈썹에 힘을 주고 담배를 바꿔 물었다
나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는데
나는 누구를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이러다가 누군가 나타나서 불쑥
나한테 팔짱을 낄지도 모르겠다, 는 요지의 생각을 했다
거리에 배기가스가 충만하였고
나는 가벼워지고 있었다

자동차 똥구멍처럼 연기를 뿜으면서도 또 나는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흥얼거렸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 무얼 찾고 있는지
그대는 어디 숨었나요 보이지 않네요
우리 다시 한번 사랑해요 나른 붙잡아줘요-
줘요, 줘요 하면서 잠시 나는
진짜로 무얼 찾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젖었다
그 무언가 다가와서 나를 어루만질 것 같았다
나는 날아갈 듯이 다리를 떨었다
허공으로 연기가 날았다

나는 여전히 전화부스에 기대고 있었지만
연달아 줄담배를 피우는 동안 무아의 나는
강같이 거리를 떠다니고 있었다
연기 속에서 나는 숨 가빴다
길게 크락숀이 울리고
가로수가 넘어졌다
나는 주저앉았다

아무도 팔짱을 껴오지 않았다
묽고 누런 침이 구두 위에 떨어졌다
연기가 눈을 찔러 눈물이 매웠다

나는 그냥 엎어져 절하고 싶었다
나는 이 검은 아스팔트의 거리와
지치고 외로운 상점들과
흘러가는 모든 색색의 연기들을 , 콱
믿고 싶었다 나는 입맞추고 싶었다
연기가 앞을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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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예전 나도 그랬다
무작정 떠나고 싶어서, 기약없는 누군가가 불쑥 불쑥 그리워서
한 쪽 다리 떨며 이빨 사이 침도 찍, 찍 갈기면서
잔뜩 폼 잡아 줄담배를 피워대곤 했었다.

때론 쇼펜하우어, 바슐레르, 장꼭토를 이해도 뫃하면서 읽다가 말다가 경기병서곡, 안단테칸타빌레,크리프리차드,태양은 가득히,그레고리 펙,천형의 시인 韓何雲,모딜리아니,하이델베르그 대학,古文眞寶,심지다방,며느리밑씻개...그런 단어들이 무작위로 떠오르고 그땐 그랬다.

그랬다. 누구는 군대를 가고, 취직을 하고, 유학을 떠나고, 막장을 캐는 광부가 되거나 외항선을 타러 간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아득한 세월 그 너머
어느듯 나는 담배도 끊고, 사라지는 담배연기 없이도
오늘 창밖엔 저리도 비 내리고
내 청춘의 빛나던 푸른 꿈과 희망 아직 잊지않고 있는데
......
문득 추억의 안부를 묻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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