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이덕규
이른 봄날이었습니다
마늘밭에 덮어놓았던 비닐을
겨울 속치마 벗기듯 확 걷어버렸는데요
거기, 아주 예민한 숫처녀 성감대 같은
노란 마늘 싹들이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요
나도 모르게 그걸 살짝 건드려보고는
갑자기 손끝이 후끈거려서
그옆, 어떤 싹눈에 오롯이 맺혀있는
물방울을 두근두근 만져보려는데요
세상에나! 맑고 깨끗해서
속이 환히 다 비치는 그 물방울이요
아 글쎄 탱탱한 알몸의 그 잡년이요
내 손가락 끝이 닿기도 전에 그냥 와락
단번에 앵겨붙는 거였습니다
어쩝니까 벌건 대낮에
한바탕 잘 젖었다 싶었는데요
근데요, 이를 또 어쩌지요
손가락이 굽어지질 않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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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질펀한 대낮에 뻔뻔하게도 참 즐겁다
그냥 저냥 마냥 푹 젖어 한 사나흘 봄볕을 껴안고 뒹굴고 싶어라
아니 봄날의 도피행각,
외딴 골짝 외딴 섬 찾아 그 탱탱한 잡년의 바람기 더불어
이 도저한 관능의 풍문따라 하루쯤 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