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맨발 .1- 蓮葉에게] -송수권

그녀의 피 순결하던 열 몇 살 때 있었다
한 이불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때 있었다
蓮 잎새 같은 발바닥에 간지럼 먹이며
철없이 놀던 때 있었다
그녀 발바닥을 핥고 싶어 먼저 간지럼 먹이면
간지람 타는 나무처럼 깔깔거려
끝내 발바닥은 핥지 뫃하고 간지럼만 타던
때 있었다.
이제 그짓도 그만두자 하여 그만두고
나이 쉰 셋
정정한 자작나무, 백혈병으로 몸을 부리고
여의도 성모병원 1205호실
1번 침대에 누워
그녀는 깊이 잠들었다.
혈소판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몇 개월째
마스크를 쓴 채, 남의 피로 연명하며 살아간다.

나는 어느 날 밤
그녀의 발이 침상 밖으로 흘러나온 것을 보았다
그때처럼 놀라 간지럼을 먹였던 것인데
발바닥은 움쩍도 않는다.

발아 발아 까치마늘 같던 발아
蓮 잎새 맑은 이슬에 씻긴 발아
지금은 진흙밭에 삭은 蓮 잎새 다 된 발아
말굽쇠 같은 발, 무쇠솥 같은 발아
잠든 네 발바닥을 핥으며 이 밤은
캄캄한 뻘밭을 내가 헤메어 운다.

그 蓮 잎새 속에 숨은 민달팽이처럼
너의 피를 먹고 자란 詩人, 더는 늙어서
피 한 방울 줄 수가 없는 빈 껍데기 언어로
부질없는 詩를 쓰는구나

오, 하느님
이 덧없는 말의 교예
짐승의 피!
거두어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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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 동갑 열 두 살 터울의 제자와 선생으로 만나
한 세상 발바닥 간지럼 먹이며 놀던 시간 덧없어라.
똥장군 져날라서 시인 만들고 대학 교수 만들었다는,
이제는 간지럼 먹여도 감각이 없는 발
그녀는 말이 없구나.

수술비 2억원.
송수권 산문집 "아내의 맨발"-'고요아침' 출판

책이나 많이 팔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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