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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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藝術의 추천작으로 알려진 신경림을 생각하면 연상되는 기억들이 많다.
대학교 2학년 교내축제때 지금은 독일에 교환교수로 가있는 아나키즘을 전공한 구승회란 친구와 2인 시화전을 했었다.
급조된 마련으로 미술대학의 이젤위에 내건 서른편 정도 시화는 계명대학 미대를 다니던 박명호란 친구가 밤새워 그렸다.
막걸리 통을 시화밑에 가져다 두고 권커니잣커니 문학과 예술과 군사정권을 들먹이고 시위를 꿈꾸며 젊은 꿈을 쥐락펴락 도도하게 자신만만해지거나 터무니없이 쓸쓸해져 울먹거리게 만들곤 했다.

저 신경림의 '농무'에 나오는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
콩나물과 깍두기 뿐인 안주와 빈 속에 퍼넣던 막걸리에도 쉽게 취하거나 꺽꺽 올리기만 하던 그 시절.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고 앞날에 대한 기대와 설레임 만큼이나 맨주먹 불끈 쥐고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어 안달을 하곤 했었다.

신경림의 '農舞,를 읽던 그해 겨울,
"情限과 삶의 현장"이란 내 평론은 교정을 세차례 보고 교지에 실리려던 순간, 시국을 이유로 거부되고, 학보사 주간의 그 난해한 얼굴이라니...늘 학교에 상주하던 정보과 형사는 날 요주의하고...

아아,
뒷 강물이 앞 강물을 쳐 흘러간 시간의 물줄기는 가이없고,
때로 산다는 것은 이렇게 홀로 맛깔스럽게 곰삭아 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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