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날에나 연지바르고

본래 할머니(媤祖母)와 손자 (孫子) 며느리간은 시어머니와 달리 그 사이가 애당초 다르게 이루어져 나간다. 손자며느리가 할머니 입장에서는 곧잘 할머니의 말벗이나 시중을 들어주는 없지 못할 존재요 손자며느리 켠에서도 매사에 엄하고 잔소리에 핀잔많은 시어머니와는 다른 할머니에게 등을 대고 정을 나누게 마련이다. 그러한 사이인지라 종종 재미나는 어리광대가 벌어지곤 한다. 어쩌다가 시할머니는 볼 일이라도 생겨서 나들이를 하는 경우가 없지않다.

그러면 그 시할머니는 제일 무관한 손자며느리에게 대고 '얘야 거 얼굴에 바르는 구루만가 뭔가하는 찍어 바르는 것좀 얻자꾸나'한다. 그러면 이 소리에 손자며느리는 발을 동동 구르다시피 하면서 까르르 웃음보를 터트리기 마련이다. '할머니두 구루마가 뭐예요. 그건 구루마가 아니고 구루무예요'하면서 제법 아는 체를 해서 대꾸하기에 이른다. 이쯤 되면 할머니도 하여 '

얘야 뭬면 어떠냐 쬐금 찍어 바르면돼'하면서 손을 벌려 온다. 이처럼 일산(日産)'크림'은 한때 우리네 가정 깊숙히까지 파고 들어서 여인의 손길에서 떠날줄을 몰랐었다. 어찌 한낱 우스개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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