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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낮도깨비 보게
그래서 멀쩡하게 고운 여인의 피부가 납중독으로 하루하루 썩어져 들어가는 결과를 자초한격이 되고만 셈이다.
그지음 여인들 간에도 이러한 피해를 전연 의식하지 못한 바는 아닌 듯 화장독이라고들 해서 곧잘 입에는 올랐지만 그래도 손을 못떼는 그런 형편이었다.
그렇게 되어 얼굴의 살갗은 나날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특히 화류계 여성들인 경우 그 피해의 도는 더했다. 그녀들로는 하루에도 몇차례 몸치장이나 얼굴 화장을 거를 수 없는 처지에서 더욱 그랬으리라고 본다. 그래서 한차례 두차례 회를 거듭할수록 피부는 납중독으로 인해 시퍼렇게 변색되어 가고 이렇게 썩어만 가는 흉한 살갗을 감추려고 나중에는 좋든 궂든 분가루로 회(灰)바가지를 들쓰듯 해야 하는 딱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래도 산 목숨이라 볼 일은 있게 마련이어서 화상(畵像)같은 짙은 화장 얼굴로 백주대로상에라도 나설양이면 '저거보게나, 저게 분명 사람은 아닐테고 낮 도깨빈가 본데 어이 무서워'하는 짓궂은 어느 패거리의 희악질쯤 각오를 해서 단단히 채비를 차려야 하리라.
차라리 생활에 쪼들려 그나마 차례도 못가는 여인네들의 형편이 이보다는 훨씬 낫다. 항용 그지음 가난한 여인들이 즐겨 바르던 분가루로 이런 것이 있었다고 한다. 쌀가루 1홉반과 서속가루(기장,옥수수,조) 1홉의 비율로 섞어서 고운 가루를 내어 분으로 만들어 쓰인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분꽃의 열매와 칡뿌리를 말려서 이것들을 곱게 빻아서 가루낸 것을 얼굴에 바르므로 해서 피부색을 돋보이게 하던 그런 재래(在來)하던 화장품(化粧品)도 있었다고 전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