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어]-이진수
빙어, 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그 물고기를 안다 직접 잡아 보기도 했고 그걸 안주로 소주잔을 비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도 누가 빙어라고 말하면 그게 살아 있는 물고기라기보다는 느닷없는 빙하기에 얼음이 되어 버린, 그러니까 그 맑은 내장기까지가 얼음이 되어서 내가 죽을 때까지 좀처럼 녹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물고기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처럼 나는 또 남자, 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여자 하나를 사랑한 적이 있다 얼마 후에는 그 여자 나를 떠나 멀리 흘러갔는데
지금도 누가 빙어, 하면 내 몸에선 한밤내 얼음 어는 소리가 들리고 깊고 푸른 그 얼음 속에는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물고기, 빙어가 산다
......................................................................................................
*빙어, 한 마리
품어 간직할 가슴없이 사는 삶 얼마나 쓸쓸하랴.
내 고등학교 2학년 까까머리 시절
같은 써클의 긴머리 치렁치렁한 어여쁜 선배 하나
그리고 나는 차마 할 말이 진하여 아무 말도 할 수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