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분을 찾습니다
<다름이 안이라 저는 L.A에 살고있는 노인임니다. 전번에 전화로 대충 얘기는 햇음니다. 다름이 안이라 지금부터 엔날로 도라가 내가 정신여고 단닐 때 얘김니다.
정신여고 뒨문앞에 커다란 개와집에는 朴家粉이라는 간반이 부터잇엇죠.
그리고 저이 어머니가 朴家粉을 바르시는거슬 밧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는 화장품선전책(2000년 드봉 10월호)에서 朴家粉에 대해 나와잇기에 보고너무 방가왓음니다.
日本사람덜 앞에서 덧덧하게 팔든 화장품 소박한 우리나라 성을 내걸고 발든화장품 생각이만이 나서 아주방갑숩니다.
L.A 그리고 온 世界에 朴家粉이 선전대고 번창하기를 바람니다. 이 편질럴 바드시고 社長님이 우수실거애요. 朴家粉 잘대나가길 바람니다. 그럼 안영희기십시오.
大韓民國 대구市 수성구 마촌 1洞 639 20
株 朴家粉社長님
KOREA
아마 11월 말쯤으로 기억되는데, DeBON ShOP Story에 대구 "박가분"이라고 소개된 책자가 미국까지 가게된 모양입니다. 부장님이 시외전화를 받았는데 팔십된 할머니가 박가분 사진을 보니까 그렇게 반갑더라면서 미주알고주알 한시간 가까이 박가분 바르던 어머니 얘기며 우리나라 살때 정신고녀 다니던 시절의 한바탕 질펀한 그리움을 쏟아 놓았던 모양입니다.
월말인데 거래처에 수금도 해드려야 되고 할 일도 많았건만, 차마 절절한 그리움으로 엮어내는 할머니의 추억을 쉬 깨트릴 수 없어 한동안 맞장구 치고 애써 박가분이 팔리던 시절을 나름대로 상상해 보았던 게지요.
그런데 바다 건너 이민간 타국 땅에서 못내 그리운 그 무엇 있어 이렇게 비뚤비뚤 철자법이 틀리고 엉성한 사연을 일면식도 없는 대구에까지 보내는 건지요.
또 한 번은 매주 수요일마다 하는 제품교육 때문에 동성로점 문을 12시 반경에 연 9월의 어느날 일입니다.
대명동에 사신다는 주부 한 분이 문을 안열어 밖에서 두시간 동안 기다렸다면서 박가분 하나 돌라고 하더군요. 죄송하다면서 수요일 마다 교육 때문에 문을 늦게 연다는 안내문을 깜박 잊고 못붙인 모양이라면서 들어본 사연인즉 이랬습니다.
봉화에 사신다는 친정 어머니가 약전골목 입구에 가면 박가분 파는 데가 있으니까 사서 하나 소포로 부치라고 했다더군요.
"문 늦게 열어 죄송한데요. 박가분이 옛날 일제시대때 나오던 분인데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지 63년이나 되었는데요."
"어, 우리 어머니가 예전에 쓰셨다던데..... 여기가면 있을거라고.... 이거 어쩌죠 왜 감실에 위패모실 때 지방쓰는데....... 우리 집이 종손이라서 왜 조선종이 있잖아요? 박가분 그 덩거(어)리분 종이에 발라 붓글씨 쓰면 벌레 안먹는다면서..... 중동에 사는 우리 이모님도 여기가면 있다던데........"
"약전골목에 어른들 한약지으러 오시다가 박가분 간판을 보셨던 모양이지요?"
"이모님 연세가 지금 여든인데 우리 친정 어머니는 아흔이시거든요. 예전에 쓰셨다던데....
덩어리로 되가지고 가루 내어 썼던 모양이던데..... 지방 쓰는 거 하나도 허투루 않거든요...."
망연자실 난처해 하던 그 주부님은 결국 아쉬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는데 박가분을 찾는 일은 종종 있었습니다.
6년전 시지점 문을 열 때도 할머님 두 분이 어쩌면 얼굴에 홍조조차 띤 채 조심스레 그러더군요.
"정말 박가분 파는교? 울 엄마 쓰던 모습을 봤는데....."
"지금은 안나오거든요. 여기 사진 한 번 보실래요?"
"그래.보래이. 맞다 맞아 진짜 박가분이데이....."
화장문화사에 게재된 사진자료를 보곤 생각했었습니다.
어쩌면 삼단 같은 머리를 창포물에 감고, 다시 동백기름을 바르고, 녹두물에 세수하고, 얼굴에는 꿀을 섞어 찧은 팩을 하고, 박가분도 살짝 바르고, 홍화 연지로 단장한 그리운 얼굴이 당장에라도 나타날 듯 했습니다.
공고합니다.
"속지말자 조명발, 다시보자 화장발"이란 우스개 소리가 나도는 시대입니다.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재래식 화장법은 쉬 잊혀지고, 옛 화장품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갔건만 문득문득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박가분" 실물 하나 구하고 싶습니다.
박가분과 함께했던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오히려 부자이고 풍성했던, 그 때 그 시절을 구하고 싶은 것인지도 딴은 모를 일입니다.
혹 박가분이나 근세 화장품 관계 유물을 갖고 계신 분이나,소재를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연락 주십시오.
충분한 사례를 하고, 귀하게 쓰겠습니다.
연락처; 010-3545-5372 이 무 열
(053)745-5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