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口/下口]-이중기

상구 수멍 죄 틀어막고 하구의 제 논에 물대다 틀킨
삼보에게 늙은 봇도감 이 사람아, 목구멍으로 넣고 똥구
녕으로 싸는 게 사람 염친데 자넨 어째 똥구녕으로
처먹고 아구창으로 싸는가, 대가리 털 나고 이런 경운
처음일세. 봇도감 꼬라보던 눈빛 풀며 삼보 대뜸 내뱉는
말본새

아 말이사 바른말이지
들어가는 거야 본디 꺼터머리부터 아잉기요?

뭐! 뭐?
꺼터머리, 꺼터머리.....되씹던 봇도감
파안대소!

예끼, 대가린 얻두고 꺼터머리야!

*
미루어 짐작컨데 그 피튀기는(?) 논물대기 싸움을 보는 시각이 건강하다.
성(性)이 성(聖)스럽게 보이기까지 하다.
슬픔과 분노로 점철된 '식민지농민'이나 '숨어서 피는 꽃'을 쓰던 시절을 지나고도 여전히 농부시인 이중기는 외로움의 변방에서 홀로 그윽히 깊어가고 있었구나.

창작과비평사의 시집 '밥상위의 안부'를 단숨에 읽으면서
거두절미하고 저 영천 말(馬) 거시기
복사꽃 환한 곳 녹전동
3월이 가기전 찾아 가서
내 부질없는 안타까움 실어
옛 친구의 등이라도 치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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