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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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인 듯 바람인 듯 ....
표표히 떠도는 잘돌뱅이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신경림 시인이 1976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너도나도 권세(權勢)와 치부(致富) 그도 아니면 박사를 앙망하는 이즈음,
< 천치로 변해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의 신세가
차라리 호사스레 여겨지는 건 무슨 까닭인지요.
'영원은 인간들의 세월을 양식으로 삼는다'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간짓대 같은 세월을 휘청휘청 사는 주제에 영원을 사는 양
양양해 하는 우리들에게
<들꽃과 잔돌> 의 의미를 아느냐고 넌지시 물어보는 시(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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